지능이 높아야 행복할까요

진짜 지능검사를 만나다 -1

by 단팥크림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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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에게는 '지능'이라는 단어가 어떤 느낌을 주나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지능검사를 실시하다 보면 대개 긴장된 모습으로 시작해서 점점 과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시는데, 간혹 화를 내시거나 끝까지 긴장을 풀지 못해서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기도 하죠. 그만큼 지능검사가 주는 위압감과 부담감이 상당하다는 것일텐데요.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심리적 영역에 비해 유독 지능을 인간의 조건처럼 여기면서 부러워하거나 부끄러워하는 요인이 되곤 합니다.


이번 시리즈는 '진짜 지능검사를 만나다'라는 주제로 지능, 그리고 지능검사의 의미와 필요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안내해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지능의 정의를 알아보고, 지능이 높아야만 행복할 수 있는지 소개하려고 합니다.


지능이란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지능 intelligence을 '새로운 대상이나 상황에 부딪혀 그 의미를 이해하고 합리적인 적응 방법을 알아내는 지적 활동의 능력'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지능검사를 개발한 Wechsler는 지능은 3가지 요소를 포함하는 개인의 전반적인 능력으로 보았습니다: 1) 목표에 따라 행동하고 2)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3) 살면서 맞닥뜨리는 다양한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능력. 종합해보면, 지능은 환경에 적응해나가기 위해 전략을 개발하고 실행하는 정신적인 능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뇌 발달이 완성되는 성인기부터는 지능이 극적인 변화가 드문 고정적인 특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장기적인 종단 연구에 따르면, 지능 수준은 공통적으로 학업적 성취, 고등학교 졸업 여부, 경제적인 수입 등을 유의미하게 예측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 높은 지능을 강조하는 우리나라의 분위기가 어쩌면 현실적인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지능이 높아야 행복할 수 있나요?


여기에 대한 답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라고 말해야겠습니다. IQ와 행복에 관한 23개의 연구들을 종합하여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Veenhoven & Choi, 2012), 개인적인 수준에서는 IQ와 행복 간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반면에 국가적인 차원에서 평균적으로 높은 IQ를 지닌 국가에서 더 높은 행복을 보고하고 있었죠. 즉 개인적인 지능 수준보다는 집단 전체적인 IQ 수준이 높을수록 행복 수준도 높다는 의미입니다. 143개국을 대상으로 비교해보면 우리나라는 평균적으로 행복과 IQ가 높은 국가에 해당하고 있었습니다. IQ가 높은 국가들 사이에서는 다소 낮은 행복을 보고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의 인식과 비슷하지만, 행복 수준만 보았을 때에는 평균보다 약간 높은 수준의 행복을 나타내고 있었습니다.


Veenhoven & Choi, 2012


행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들


영국에서 진행된 대규모 연구에서는, 실제로 지능이 높은 집단이 낮은 집단에 비해 더 높은 행복감을 보고하고 있었습니다(Ali et al., 2013). 단편적으로 볼 때 지능이 높으면 행복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겠지만, 경제적 수입, 일상생활 기능, 정신건강 수준 등의 다양한 요인들이 지능과 행복의 관계를 50%나 설명하고 있습니다. 지능이 높다고 해서 행복을 보장하지 않으며, 높은 지능은 일종의 보호요인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 지능이 높을수록 학업이나 직업에서 성취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비교적 높은 소득을 얻는 직업을 통해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행복을 경험할 수 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따라서 논문에서는 지능 수준과 관계없이 1) 학업적인 성취 노력과 2) 정신건강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는 노력을 행복을 높이는데 중요한 열쇠로 보고 있습니다.


한편 하버드 졸업생을 72년간 추적 조사한 종단연구를 집대성한 <행복의 조건>에서는 7가지 요인을 꼽고 있는데(Vaillant, 2003), 여기에 지능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이들의 삶의 궤적을 정기적으로 점검하였을 때 특히 1) 고난에 대처하는 태도와 2) 대인관계가 행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습니다. 그 외의 요인에는 총 교육년수, 안정적인 결혼생활, 흡연 여부, 알코올 중독 경험 여부, 규칙적인 운동, 적당한 체중 등이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교육 수준에 지능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미 하버드에 입학했다는 사실이 어느 정도의 지능을 전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지능 수준을 가졌을 하버드 학생들이 노년으로 나이들어감에 따라 교육년수가 행복의 주요한 요소가 아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행복에 대해 활발한 연구와 저술을 하고 있는 최인철 교수님도 그간의 연구를 종합하여 최근에 <The good life>라는 단행본을 출판했습니다. 행복 happiness이란 여러 감정으로 구성된 복합적인 개념이며 부정적인 감정이 전혀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나아가 '성취'에 필요한 요인으로 지능뿐만 아니라 자기통제 능력과 긍정정서를 꼽았습니다. 즉 만족을 지연하고 노력할 수 있는지, 행복과 관련하여 얼마나 긍정적인 정서를 경험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죠. 따라서 성취를 위해서는 성인기부터는 변하기 힘든 지능 이외에 1) 자기통제 능력 혹은 2) 긍정정서를 경험하는 능력을 발달시킬 필요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진짜 지능검사를 만나다

1. 지능이 높아야 행복할까요

2. 지능검사의 출발과 현재 (next)

3. 지능검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 (next)

4. 지능검사가 알려주는 인지 영역 (next)

5. 지능검사, 어디까지 왔나 (next)



참고한 책과 논문들

최인철. (2019). 《굿 라이프: 내 삶을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21세기북스.

Ali, A., Ambler, G., Strydom, A., Rai, D., Cooper, C., McManus, S., ... & Hassiotis, A. (2013). The relationship between happiness and intelligent quotient: the contribution of socio-economic and clinical factors. Psychological Medicine, 43(6), 1303-1312.

Flanagan, D. P., & Alfonso, V. C. (2017). Essentials of WISC-V assessment. John Wiley & Sons.

Vaillant, G. E. (2003). Aging well. Little, Brown and Company. (이덕남 역. (2010). 《행복의 조건》. 프런티어.)

Veenhoven, R., & Choi, Y. (2012). Does intelligence boost happiness? Smartness of all pays more than being smarter than others. International Journal of Happiness and Development, 1(1), 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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