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검사, 어디까지 왔나

진짜 지능검사를 만나다 -5 끝

by 단팥크림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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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지능검사 시리즈를 마무리할 때가 왔습니다! 지능검사에 대해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최근 개정된 소아청소년용 지능검사인 WISC-V를 공부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유아용 WPPSI-IV부터 시작된 변화의 흐름이 점차 지능검사 전반으로 옮겨가면서, 더 이상 공부를 미룰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지능검사를 정리할 필요를 마구 느끼게 했던 변화의 흐름을 3가지 정도로 간략하게 전달해보려고 합니다: 1. 이론적 기반에 따른 인지 영역의 분화, 2. 불필요한 부담의 감소, 3. 신경심리학적 접근의 강화


1. 이론적 기반에 따른 인지영역의 분화


- 지능검사는 1920년대에 Spearman이 처음 주장하였던 '일반지능 g'으로부터 시작해서, 지능의 다양한 하위 영역으로 분화되어오고 있습니다. 이후 1960년대에 Cattell과 Horn이 일반 지능이 결정성 지능, 유동성 지능 두 가지로 분화되어있다는 이론을 제안하였고, 이에 따라 지능검사도 언어성 지능, 동작성 지능의 두 하위영역으로 발전하였었죠. 1990년대에 이르러 Carroll이 다양한 지능검사 자료를 종합하여 3중 위계 모형을 정립하기에 이릅니다.


- Cattell, Horn, Carroll의 이론을 종합한 CHC 이론에 따르면 인지능력의 위계구조는 일반지능 아래에 10개의 하위영역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는데요. 지능검사도 이에 맞추어 언어성/동작성의 분류를 버리고 4개 하위영역으로 분화되었고, 이번 WPPSI-IV, WISC-V에서는 5개 하위영역으로 점차 지능의 구성요소를 확장하고 있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 정리해보면, 일반 지능 -> 일반 지능(언어성, 동작성 지능) -> 일반 지능(언어이해, 지각추론, 작업기억, 처리속도) -> 일반 지능(언어이해, 시공간, 유동추론, 작업기억, 처리속도) 순으로 하위 영역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인지영역 분화에 대한 비판


- 이번 개정 연구팀은 미국, 뉴질랜드, 캐나다, 덴마크 등 다양한 서양 국가에서 동일한 5개 하위영역 구조가 타당하였고 국가별 교육/경제수준과 무관하게 지능점수 분포가 유사했다고 발표했습니다(Van de Vijver et al., 2019). 그러나 미국, 프랑스, 영국, 스페인 등의 국가에서 5개 하위영역이 전체 지능점수를 설명하는 정도가 낮고, 기존의 4개 하위영역으로 구성된 지능이 지지된다는 연구들이 발표되면서, 이러한 지능검사의 영역 확장에 대한 비판이 뒤따르고 있습니다(Canivez et al., 2018; Canivez et al., 2020). 지각추론 영역을 시공간, 유동추론의 두 영역으로 분화하는 것의 필요성이 적으며, 나아가 각 하위영역들보다는 전체 지능점수가 더욱 신뢰롭고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 이는 지능을 이해하는 기반을 거시적인 이론에 둘 것인가, 미시적인 데이터와 통계에 둘 것인가 하는 입장 차이로 보입니다. 현재 지능검사 개발진들은 이론에 기반한 개정을 강조하고 있고, 반대 진영에서는 Bi-factor모델이라고 하는 개선된 심리측정적 통계분석 결과를 기반하여 비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능검사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학계에서는 이러한 두 흐름이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2. 불필요한 부담의 감소


- 개정된 지능검사에서는 전체 지능점수를 산출하는데 필수적인 과제들의 개수를 줄이고, 시간을 오래 소요하게 했던 규칙들을 일부 완화하였습니다. 단순해 보이는 변화이지만 통계적으로 전체 지능점수, 하위 지능점수의 신뢰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전체 소요 시간을 10-15분 정도 줄였다고 합니다. 검사받는 이가 불필요하게 머리를 쓰고 시간을 쓰는 비용을 줄였다는 의미겠죠. 하지만 동시에 지능의 하위영역이 4개에서 5개로 늘어나면서 유동추론 영역의 안정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 더불어 기존 지능검사에는 언어 능력을 측정하지 않는 과제들에서도 언어 능력이 필요한 과제들이 있었습니다. 또한 지능과 관계없이 운동 기능에 영향을 받는 시간제한 과제들이 있었고, 처리속도 영역은 다른 하위 영역에 비해 전체 지능점수를 가장 적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에 대한 강조는 감소될 필요가 있었습니다. 개정된 지능검사에서는 과도한 언어 능력의 요구, 시간제한의 문제를 일부 개선하기 위해 과제들을 수정하거나 교체하였습니다.

3. 신경심리학적 접근의 강화


- 개정된 지능검사에서는 신경심리학적 접근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지능검사가 전체 지능점수부터 하위영역까지 Top-down 방식의 해석을 강조한다면, Boston approach로 대표되는 신경심리학적 접근은 개별 과제에 대한 수행들을 종합하여 개인의 능력을 이해하는 Bottom-up 방식입니다. 이에 기존의 Top-down 방식을 유지하면서도 개별 과제에 대한 수행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과정 점수'들을 추가하였습니다. 과제별로 특정한 오류의 개수, 수행시간과 무관한 점수 등을 추가적으로 산출함으로써 개인이 과제를 접근하는 방식과 수행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 하지만 신경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정상 집단도 수행하는 과제가 많아질수록 일부 과제에서 저조한 수행을 나타낼 확률이 증가한다고 밝혀져 있습니다. 따라서 일부 점수에서 정상 범주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는 단편적인 해석은 위험합니다. 이번 개정에서 추가된 과정 점수를 활용할 때에는 다른 과제에서의 수행, 전체 지능점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가설 검증이 필요합니다. 이런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지도감독 하의 다양한 케이스를 접하고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능검사를 받을 때에는 평가자의 자격(임상심리전문가, 정신보건임상심리사)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더불어 신경발달적인 기능과 관련된 학습장애(읽기, 말하기), 청각/시각적 학습 및 기억능력 등을 측정할 수 있는 보충검사가 추가됩니다. 우리의 뇌 신경은 성인기 직전까지 꾸준히 발달하고 있으므로 소아청소년 시기에 신경발달적인 문제를 밝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능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특정 학습장애나 기억력과 관련된 문제라면 적절한 개입과 보조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추가된 과제들만으로 해당 장애를 진단할 수는 없지만, 이 과제들을 통해 일부 신경발달 문제의 여부, 심각도, 개입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한 변화입니다. 기초학습검사가 미국처럼 널리 쓰이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환영할만한 변화인데, 한국판 개발과정에서는 제외되었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입니다.


지능검사 변화의 흐름
1. 이론적 기반에 따른 인지영역 분화
2. 불필요한 부담의 감소
3. 신경심리학적 접근의 강화



*진짜 지능검사를 만나다

1. 지능이 높아야 행복할까요

2. 지능검사의 출발과 현재

3. 지능검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

4. 지능검사가 알려주는 인지 영역

5. 지능검사, 어디까지 왔나



참고한 책과 논문들

Canivez, G. L., Dombrowski, S. C., & Watkins, M. W. (2018). Factor structure of the WISC‐V in four standardization age groups: Exploratory and hierarchical factor analyses with the 16 primary and secondary subtests. Psychology in the Schools, 55(7), 741-769.

Canivez, G. L., McGill, R. J., Dombrowski, S. C., Watkins, M. W., Pritchard, A. E., & Jacobson, L. A. (2020). Construct validity of the WISC-V in clinical cases: Exploratory and confirmatory factor analyses of the 10 primary subtests. Assessment, 27(2), 274-296.

Flanagan, D. P., & Alfonso, V. C. (2017). Essentials of WISC-V assessment. John Wiley & Sons.

Van de Vijver, F. J. R. Weiss, L. G., Saklofske, D. H., Batty, A., & Prifitera, A. (2019). A cross-cultural analysis of the WISC-V. In L. G. Weiss, D. H. Saklofske, J. A. Holdnack, & A. Prifitera (Eds.), WISC-V. Clinical use and interpretation (pp. 223-244). London, United Kingdom: Academic Press.

Wechsler, D. (2014). WISC-V: Technical and interpretive manual. NCS Pearson, Incorpor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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