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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팥크림빵 Aug 15. 2021

[실용적 정신역동치료] 함께 읽기: 7-8주차

함께 읽는 즐거움

Photo by Fernando @cferdo on Unsplash


  2010년 출판된 <Psychodynamic therapy: A guide to evidence-based practice> 을 읽고 있습니다. 한주 동안 읽은 내용을 기록하고 있는데요. 앞으로는 여섯가지 주요 정신역동적인 문제를 살펴봅니다: 우울, 강박, 유기불안, 낮은 자존감, 공황불안, 트라우마. 이번 7주차에는 우울과 강박을, 8주차에는 유기불안과 낮은 자존감을 다뤘어요. 욕심이 나다보니 분량이 길어지고 갈무리가 되지 않은 느낌이지만 부족한대로 나눠볼게요.


7주차 pp. 105-121.


  이번 주 분량에서는 정신역동적인 주요 문제 중에서 우울강박을 다루고 있었는데요. 각 문제에 대해서 정신역동적 이론, 사례개념화, 강점, 치료목표, 치료동맹 수립, 기술, 전이와 역전이, 경험적 근거 등으로 구분하여 기술하고 있어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는 느낌이었어요.


1) 우울의 치료목표는 상실과 그에 따른 분노를 견디게 하고, 상처받았을 때 활성화되는 자기비난을 다룰 수 있도록 긍정적인 자기감을 형성하도록 돕는 데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현재 관계에서 나타나는 강렬한 반응을 과거 중요한 관계에서 느낀 오래된 감정과 연결하는 작업을 강조합니다.


  왜냐하면 정신역동의 이론적 가정에 따르면,  과거의 상실경험과 그에 따른 분노가 현재 스트레스 상황에서 과도한 정서반응을 일으키고, 또다시 타인으로부터 유기 당할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신에 대한 비난과 죄책감이 일어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강박의 치료에서는 넓은 범위의 감정을 경험하도록 돕고, 부정 긍정 정서에 대한 감내력과 수용이 증가되고, 방어를 일으키는 죄책감과 자기처벌 욕구를 줄이고자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감정을 직접적으로 묻고, 감정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신체적 자세와 표정을 관찰하며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고, 각 유형의 감정과 각각의 경험에 대한 주관적인 경험을 탐색합니다.


  이들은 감정이 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한 감정을 갖고 있는데, 이 감정으로 인해 파괴될 것이라는 두려움, 통제불능감, 타인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감정은 불편하고 위협적인 것이 됩니다. 주지화와 분리의 방어기제를 통해서 감정은 억눌러지고 인식하기 어려워지면서 삶은 건조하고 공허해지기 쉽습니다.


2) 공통적으로 심리교육을 통해 희망을 불어넣는 작업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치료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어떤 순서로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포함해야 하죠.


  특히 우울에서는 추후에도 우울증에 취약해질 수 있음을 알려야 할 수 있다고 제시하는데, 저로서는 조금 어렵게 느껴집니다. 추후에 겪을 우울의 사이클을 인정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희망을 꺾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오히려 미래의 우울에 크게 낙담하거나 좌절하지 않기 위해서는 미리 우울의 경과와 성질을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말할 필요가 있다고 수긍하게 됩니다.


  한편 강박에서는 내담자의 주요 책임-그의 마음에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무엇을 느끼는지를 말하기-을 단순한 규범 중의 하나로 강조한다는 구절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들은 규칙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명시적이지만 부드럽게 이 부분을 제안한다면 치료에 도움이 되겠다 느꼈습니다. 나아가 그들의 문제 이면을 해석하는 것은 비난으로 받아들여지기 쉽기 때문에, 스스로 개념화하도록 촉진하면 치료동맹이 깊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치료자의 역할은 그 기제를 발견하도록 돕는 길잡이면서, 그 기제로 인해 빚어지는 고통에 대해 공감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3) 공통적인 치료자의 역전이 반응은 구원 환상입니다. 내담자를 더 낫게 해주고, 나의 관심과 애정이 내담자가 삶을 살만한 것으로 느끼게 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그러나 도우려는 '치료자'와 내담자를 '구원'하려는 감정은 다릅니다. 건강한 치료적 관계에서 내담자는 책임지도록 기대되고, 자신의 역할과제를 하고, 치료자 뿐만 아니라 타인의 도움을 받는다고 제시하는데, 치료관계에서 내담자는 어떤 모습인지 점검해봐도 좋겠다 싶어요.


  또 다른 역전이 반응은 강력한 무력감인데요. 이때 치료자는 내담자의 경험으로부터 물러나서 밖에서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무력하고 비관적이 될만한 상황인가? 누군가는 이러한 문제에 적응하고 작업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우울을 작업할 때 흔히 막혀있는 느낌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러한 불편한 느낌을 인식하고, 이 무력감이 어디에서 왔는지 점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8주차 pp. 122-138.


  이번 주 분량에서는 지난주 우울, 강박에 이어 유기불안낮은 자존감을 다루고 있습니다.


1) 먼저 유기불안은 말러의 분리개별화이론, 컨버그의 대상관계이론을 통해서 '경계선 성향'으로 해석하는데, 버리진다는 강렬한 감정으로 인한 고통을 공감하면서도 그 감정의 역할과 기제를 알아차릴 수 있도록 촉진해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치료 초기에는 강렬한 감정으로 인한 자기파괴적 행동에 대한 치료계약을 설정하는 게 필수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었어요. 내담자의 책임과 위기 상황에서의 치료자의 역할에 대한 계획이 포함되어 있어야 합니다. 자살의 위기개입에서 자살방지서약의 효과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safety plan이 대안으로 나타난 것처럼, 이들에게도 단순한 서약을 넘어서 유발요인과 감정이 폭발하게 되는 단계를 구체화하면서 각 단계별로 어떤 전략을 사용할지를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겠다고 느낍니다.


  치료과정을 살펴보면 강렬한 정서를 치료자가 회피하지 않고 담아내면서 지지와 코칭을 통해 새로운 대인관계를 연습하게 됩니다. '코칭'이란 지지와 다른데, 특정한 대인관계 사건을 가지고 직접적으로 해결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역시 절충적이고 실용적인 정신역동이구나 싶었습니다.


  이들은 강렬한 전이와 역전이를 일으켜서 건강한 거리를 유지하기 힘들게 만드는데요, 저자들이 이 역동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 것이 와닿았습니다. 그 방법들은 결국 내담자를 문제 자체가 아니라 한 사람으로 보기 위해, 다시 따뜻한 호기심의 태도를 갖추기 위한 시도라고 느껴집니다. 특히 내담자의 반응이 치료자에 대한 비난이나 철수가 아니라 내담자의 분노를 반영한다는 점을 기억해야겠어요.


[강렬한 정서적 반응에 대처하는 몇 가지 방법들]


  1. 내담자의 긍정적인 특성과 감정에 주의를 기울인다.

  2. 내담자의 어려움의 정도와 깊이를 계속 알아차린다.

  3. 그들의 행동 뒤에는 고통과 유기불안이 있고, 공격성이나 조종하려는 행동은 고통스러운 감정을 다루려는 시도라는 점을 알아차린다.

  4. 내담자로부터 거절당하거나 비난받는 경험을 거리 두고 보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경험은 고통스럽고 즉각적인데, 이는 내담자의 분노를 반영하는 것이지 치료자에 대한 것이 아니다.



2) 낮은 자존감의 경우에는 컨버그와 코헛의 이론을 통해 자기애-아마도 내현적 자기애- 성향과 연결 지으면서, 웅대한 자기상과 특권의식 이면에 있는 나약하고 수치스러운 자기에 대한 작업이 필요하고 이때 치료관계에서 나타나는 역동이 중요한 매개가 됩니다.


  이들은 쉽게 비난받았다고 느끼면서 철수하거나 행동화를 할 수 있는데, 치료자에게 강렬한 역전이를 일으킵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자들은 판단을 멈추고 치료관계에서 일어나는 역동을 알아차려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치료자가 전이와 역전이를 알아차리고 균열과 오해를 작업해야 한다는 점은, 결국 치료자가 메타인지적으로 존재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역동에 휘말려 들어가지 않고 거리두고 알아차려야만이 치료적인 반응이 가능할 테니까요.


  그러면서도 내담자가 비난받았다고 느끼면서 철수하거나 행동화하는 역동이 건강한 분리의 과정일 수도 있다는 점이 새로웠습니다. 내담자의 반응이 강렬한 전이 반응이고 치료적으로 치러야 할 과정이라면 치료자로서도 역전이 반응에 압도되지 않을 수 있겠다 싶었거든요.


  내담자의 역동을 알아차렸다면 내담자가 느끼는 수치심과 그로 인한 고통에 대해 공감을 하면서도, 이러한 역동이 현실 세계에서 빚어내는 문제들을 상기시키면서 그것을 다룰 필요성을 전달해야 합니다. 동기강화면담이나 CBT에서 문제를 구체화하고 그 문제의 장단점을 따져보는 작업과도 연결이 된다고 느꼈어요. 그렇게 문제로부터 거리두고 구체적으로 살펴볼 때 내담자는 변화할 필요성을 느끼고 변화 동기도 높아집니다.


  치료자가 느끼기 쉬운 역전이는 역시 '구원 환상'인데, 치료자가 무적의 사랑과 친절을 베풀 수 있는 최초의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구를 일으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구원 환상을 알아차릴 수 있을까요? 구원 환상의 역전이는 세 가지 패턴으로 드러나는데 1) 비현실적인 이상화를 부드럽게 지적하지 않고 이상화를 즐기거나, 2) 비슷한 문제와 역동이 지루하게 반복되거나, 3) 내담자의 자기초점적 몰입에 의해 짜증이 일게 됩니다.




✏ [실용적 정신역동치료] 함께 읽기: 1-4주차

✏ [실용적 정신역동치료] 함께 읽기: 5-6주차


- Summers, R. F., & Barber, J. P. (2010). Psychodynamic therapy: A guide to evidence-based practice. Guilford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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