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7- 반복되는 시간
아침은 이미 환했지만, 그녀의 마음은 전혀 밝지 않았다. 남편과 함께했던 저녁 식탁이 떠올랐다. 이사 이야기를 꺼낸 그의 목소리는 낮고 조심스러웠다. 그녀는 대답을 피했지만, 그 말이 여전히 귓속에서 맴돌고 있었다. 왜 이사를 가야 하는 걸까. 왜 그가 그렇게까지 두려운 얼굴로 말했을까.
창문 밖에는 흐린 햇빛이 얇게 흘러들었다. 빛은 환했지만 따뜻하지 않았다. 공기 속에 스며 있는 냉기가 피부를 따라 번져왔다.
그녀는 무심히 집 안을 거닐다가, 어느새 문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아침마다 자연스럽게 향하던 방이었다.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었다. 그저 몸이 기억하는 대로 움직였을 뿐이었다.
손잡이에 손끝이 닿자, 차갑고 매끄러운 감촉이 전해졌다. 망설임도 없이 문을 열었다.
방 안은 고요했다.
정리된 가구 몇 개만 남아 있었고, 벽과 바닥은 낯설 만큼 비어 있었다. 마치 오랫동안 누군가가 떠난 자리 같았다. 창으로 스며든 햇살은 바닥 위에서 멈춰 선 듯 더 이상 번지지 못했다. 빛조차 이곳에서는 걸음을 멈춘 듯 보였다.
가슴 어딘가가 서서히 무거워졌다.
“이 방은 왜 비어 있지…?”
짧은 혼잣말이 흘러나왔다. 말끝은 곧바로 삼켜졌고, 방 안은 더 깊은 고요로 잠겼다.
그녀는 이마를 짚었다. 둔한 통증이 고개 안쪽에서 밀려왔다. 기억이 떠올라야 할 것 같은데,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설명할 수 없는 쓸쓸함이 가슴 안쪽에 자리 잡았다. 마치 알 수 없는 병이 서서히 퍼져나가는 것처럼.
결국 그녀는 문을 닫았다. 그러나 그 방에서 흘러나온 공허함은 발끝에 매달리듯 그녀를 따라왔다.
부엌으로 돌아와 물을 한 잔 마셨다. 차가운 물이 목을 적셨지만, 입안에 남는 건 텅 빈 맛뿐이었다.
남편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여기 있으면 네가 더 힘들어 보여서.”
그녀는 컵을 내려놓으며, 자신에게 물었다.
정말 내가 힘들어 보였던 걸까.
아니면 그가 나보다 더 힘든 걸까.
아침은 그렇게 시작되었지만, 그녀의 마음은 이미 깊은 저녁처럼 어두워져 있었다.
마치, 아직 해가 지지 않았는데도 집 안 어딘가에는 이미 밤이 깔려 있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