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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레미 Oct 30. 2024

진정한 의무와 경계의 의미

"선행이란 다른 사람들에게 베푸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다." 
 — 마지막 질문 김종원 p.69 —



오늘 '봄날의 옥토'님의 글에서 발견한 이 문장은 마치 죽비처럼 나에게 강한 울림을 주었다. 흔히 선행을 '남을 돕는 일'로 생각하지만, 오히려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선행이라는 말이 깊게 와닿는다. 이 말은 비난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를 잘 지키는 것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한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사실, 다른 사람을 위해 나서다 보면, 가끔은 그 행동이 진정한 선행이 아니라 내 마음의 결핍을 채우려는 시도일 때도 많다. 선행을 가장한 자기 위로나 욕심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나의 위치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오늘은 아침에 엄마와의 통화가 꽤 길었다. 바닷가의 파도 소리와 찬란한 아침 햇빛을 즐기고 싶었지만, 엄마의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어느새 10분이 지나면서, 듣고 있어야 하는가 하는 고민이 스쳐갔다. 그냥 끝까지 들어주고 싶었지만, 어쩐지 그 에너지가 갉아먹히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끝까지 듣고 먼저 끊지 않은 것에 스스로 만족했다.



하지만 저녁 통화는 더 힘들었다. 엄마는 강아지 밥을 주러 우리 집에 오셨다. 문단속이 잘 안 되어 있다는 이야기부터 집 정리가 덜 되어 있다는 말씀까지, 나에 대한 걱정으로 죽지도 못하겠다신다. 예전 같았으면 소리라도 지르며 반응했을 텐데, 이번에는 대꾸하지 않았다. 화가 나기도 하고, 어디까지 들어줘야 하는가 하는 무방비감이 밀려왔다. 전화를 끊고 나서도 마음이 복잡했다. 엄마와 나 사이의 경계가 더 분명해져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의 과도한 걱정을 자식이 의무처럼 감당해야 하는 것일까? 어쩌면 엄마 역시 마흔이 넘은 자식을 가르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 아니라는 점을 알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오늘 길 위에서 '결초보은' 스티커가 붙은 초보운전 차량을 보며 웃음이 나왔다. 스스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면서도 가끔은 초보자의 마음으로 천천히, 조심스럽게 나아가는 것도 나의 몫임을 되새기게 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결초보은'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서툴러도 괜찮다는 그 스티커가 오늘의 나에게 따스한 위로가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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