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90 입덧 그리고 짜파게티

by 정신과의사 감성돔

임신후 4주, 8주, 12주.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쌍둥이를 임신했다는 놀람과 당혹도 서서히 시간과 함께 멀어져갔다.

새로운 변화에 우리는 조금씩 적응해 나갔다.

하지만 임신 첫 1분기는 유산 가능성이 높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우리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지냈다. 하지만 조용히 지낸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미래에 대한 아내의 불안은 임신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애한테 장애가 있으면 어떡하지?”

“낳다가 사고가 생기면 어떡하지?”

“내 몸에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지?”


아내는 원래 변화에 민감한 사람이었다.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임신도 마찬가지였다. 아내가 힘들어할 때마다 최선을 다해 그녀를 달랬지만 역부족이었다.

직장에서는 불안을 치료하는 정신과의사인 나였지만 정작 소중한 사람 앞에서는 무력한 남편이었다.

해줄 수 있는 것은 그저 “괜찮을 거야”라고 말해주는 것뿐이었다.



언젠가 임신한 아내를 위해 한겨울 눈 속에서 딸기를 구해왔다는 남편 이야기를 들은 적 있었다. 나도 훗날 그런 다정한 남편이 되어야지 다짐했었다.

다행히도 아내는 먹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평소에도 먹고 싶은 음식을 자주 떠올리곤 한다.

드디어 기회가 왔다.

임신한 아내를 위한 감동적인 남편의 설화를 만들 기회.


“언제든지 먹고싶은거 말해. 내가 다 구해다 줄게.”


하지만 음식을 좋아하는 아내에게 큰 시련이 닥쳤다.

바로 입덧이었다.


아내가 음식 앞에서 힘들어하는 모습이 낯설고 또 안쓰러웠다.

애써 먹은 음식을 게워내기 일쑤였다.

변기 앞에서 그녀는 울었고 먹고 싶은 음식이 하나도 없다며 그녀는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아내는 갑자기 내게 말했다.


“짜파게티가 먹고 싶어.”


그 말을 듣자마자 침대에서 밖으로 달려나가 냄비에 물을 올렸다. 무엇인가 먹고 싶다는 아내의 말이 너무 오랜만이었다. 물을 정확히 계량하고 시간을 맞춰 영혼을 담아 짜파게티를 만들었다. 예쁜 그릇에 담아 완벽히 준비하고 아내를 불렀다.

식탁에 앉은 아내는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못 먹겠어.”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눈물 흘리는 아내를 조용히 안아주었다.

결국 아내는 입덧에 대한 치료를 위해 약을 먹었다.

임신 시 약물 복용은 신중해야 하지만 아내의 고통이 너무 컸다. 그리고 약물에 대해 열심히 찾아본 결과 안전한 편이었다. 약을 복용한 뒤 아내는 조금씩 더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아내가 복용한 약은 ’디클렉틴‘이었다.)

입덧도, 우리의 불안도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디클렉틴은 독시라민, 피리독신의 복합제제입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13년 임신 중 사용에 대해 가장 높은 안전 등급인 '카테고리 A'로 분류하였습니다. 오심 및 구토 증상을 완화하는데 효과가 있으나 산모의 건강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복용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꼭 전문의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

이전 02화D-260 두 줄, 그리고 쌍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