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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TerJay Sep 22. 2024

포르투갈 남부의 휴양지 알부페이라

여행의 기록 - 12/16 다섯 번째 도시 알부페이라



알부페이라는 포르투갈  해안 절벽을 품은 도시이다.


처음 여행 계획을 세울 때는 11월에도 따뜻한 해변에서 쉬고 싶은 마음이 전부였다. 유럽 남부에서 여행할 곳을 찾다가 야자수가 서있는 말라가 해변을 보았을 때 내가 찾던 이미지가 구체화된 느낌이었다. 라가에 대해서 찾아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도시였다. 이후에 알부페이라를 찾았을 때 이곳이 바로 내가 여행 준비를 시작할 때 가고 싶었던 진짜 휴양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포르투갈은 유럽의 가장 남서쪽에 위치해 있다. 국토가 남북으로 길어서 서쪽으로 대서양과 접해있는 면이 넓다. 서쪽 해안에서는 일몰을 감상하기는 좋지만 바다 위로 떠오르는 일출을 볼 수가 없지만 알부페이라는 남쪽 해안에 있는 도시여서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었다. 


알부페이라에 도착한 다음날 아침 일찍 숙소에서 나왔다. 해가 뜨기 전이었지만 밖은 밝았다. 올드타운 앞의 바다를 향해서 걸었다. 얼마 걷지 않았는데 앞쪽 골목 끝에 바다가 보였다. 조금 더 걸어가다가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바닷가의 집들 사이로 떠오르는 태양이 보였다. 다음날 조금만 서두르면 바다 위로 떠오르는 일출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골목의  끝으로 가보니 내가 있는 곳은 해안 절벽 위의 동내였다. 한눈에 다 담지 못할 만큼 넓은 바다가 펼쳐졌다. 이전에 내가 본 대서양은 밤에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도버 해협(Srait of Dover) 배를 타고 건너면서 본 것이 전부였다. 태양 아래 펼쳐진 푸른 대서양이 건너편의 아프리카 대륙을 향해서 뻥 뚫려 있다고 생각하니 그 느낌이 달랐다. 이후 올드타운을 향해서 걸어가는 길의 대부분에서 바다가 잘 보였다.


올드타운에 가까워지면서 해안 절벽 아래에 해변의 모래사장이 보였다. 절벽의 높이는 거의 4층 또는 5층 건물의 높이와 같았다. 해변으로 내려가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었다. 먼저 높은 절벽을 따라서 세로로 만들어진 갈지자 형태의 페네코 계단(Escadaria do Peneco) 걸어서 내려가는 방법이 있었다. 4층 이상의 높이를 계단으로 걸어 다니고 싶지 않다면 절벽 위쪽과 그 아래의 해변을 왕복하는 페네코 엘리베이터(Elevador do Peneco)를 타면 되었다. 건물 안이 아니라 바닷가야외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는 이색적인 전망대의 역할에 더해서 걷기가 힘든 사람들도 편안하게 절벽 위와 아래를 이동하는 수단이 되고 있었다. 마지막은 올드타운 쪽을 돌아서 경사로나 계단으로 내려가면 알부페이라 동굴(Albufeira Túnel)을 통해서 바닷가로 가는 방법이 있었다.

왼쪽부터 페네코 계단, 페네코 엘리베이터, 알부페이라 동굴



알부페이라는 11월에도 따듯한 남부 유럽의 휴양지이다.


대성당도 성이나 요새도 없는 알부페이라에서 페네코 계단, 페네코 엘리베이터, 알부페이라 동굴 가장 유명한 포토스폿들이다. 나는 모두가 처음이라 엘리베이터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서 계단을 내려간 다름에 해변을 조금 걸어서 동굴을 통과해서 올드타운으로 갔다. 올드타운에 대단한 것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새롭게 만들어진 주거지역과 구분되는 오래된 집들이 있는 동내로 해변에서 가깝기 때문에 올드타운 앞 바닷가에 식당, 카페, 호텔 등이 많아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알부페이라의 카페와 식당 그리고 산책로에는 나이가 지긋하게 든 노인분들이 많았다. 유럽에서 포르투갈의 물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고 그중에서 알부페이라는 가장 남쪽에 있는 도시로 겨울에도 따뜻해서 유럽의 은퇴자들이 장기간의 휴양을 위해서 많이 찾는다고 했다.


다시 해변으로 나가니 따뜻한 정도가 아니라 햇볕 아래는 살짝 더웠다. 근처의 카페 Sunset Beach Club로 들어갔다. 바다 전망 정도가 아니라 백사장 위에 있는 카페였다. 메뉴 중에 유럽에서 오랜만에 보는 아이스커피가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시켰는데 나온 것은 바닥에 유유를 깔고 중간에 커피를 채운 후 위에는 생크림을 듬뿍 올린 '생크림 아이스 카페 라테'였다. 더운 해변을 오래 걸어서 인지 시원하고 달고 맛있었다. 한참 동안 바다를 바라보며 쉬다가 점점 더워져서 숙소로 돌아가서 잠시 쉬기로 했다.


해안 절벽 위에는 곳곳에 전망대들이 있었지만 전망대가 아니어도 걸어가는 동안 바다는 잘 보였다. 숙소로 돌아가는 동안 이번 여행에 알부페이라를 포함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걸어가면 바다가 보이는 곳, 바다를 보면서 산책하기 좋은 곳, 어마어마한 관광 시설이 없는 곳, 그래서 바다를 보면서 쉬는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는 곳이 내가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처음에 여행지로 생각한 곳이었다.

올드타운(왼쪽)의 골몰/식당 거리/시계탑/종탑, 전망대(오른쪽)



Marina de Albufeira에서 신도시의 보트 선착장 항구를 보다.


게스트하우스의 안뜰에서 지도앱으로 오후에 갈 곳을 찾아보았다. 레고로 지은 것 같은 집들과 돌고래를 볼 수 있다는 알부페이라 항구(Marina de Albufeira)에 가기로 했다. 걸어서 20분 정도가 걸린다고 나왔지만 바다를 보면서 가면 지루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전에 우선은 방에서 낮잠을 자기로 했다. 방에 들어와 에어컨을 켰다. 에어컨을 틀어야 될 정도로 덥지는 않았지만 방에 습기를 없애기 위해서였다. 한 시간 정도 쉬고 나니 기운이 돌아왔다.


숙소가 있는 골목 끝의 갈림길에서 동쪽으로 가면 올드타운 앞 해변이 나오고 서쪽으로 가면 항구가 나온다. 아침과 달리 이번에는 서쪽으로 걸었다. 얼마 걷지 않았는데 작은 배들이 많이 정박해 있는 항구가 보였다. 아직 레고 같은 집은 보이지 않았다. 해안 절벽 위의 길에서 항구로 내려가는 경사로에 도착하니 멀리 파스텔톤의 레고 같은 집들이 보였다. 가까이 가보니 비슷한 모양으로 지은 신도시 상가건물들 같았다.


보트가 서있는 선착장을 둘러싸며 노천카페와 레스토랑이 늘어서 있었다. 주변 건물의 1층에는 범퍼카와 같은 놀이 기구와 전자게임기가 있는 오락 시설도 있어서 어린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들도 많이 보였다.


배를 이용하는 관광상품을 판매하는 작은 여행사도 여럿 있었다. 제트보트나 요트 투어도 있었지만 내가 원한 건 돌핀 투어였다. 여행사 한 곳에 물어보니 돌고래는 항구 가까이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배를 타고 먼바다로 나가서 보는 것으로 왕복 2시간 30분이 걸린다고 했다. 배의 종류와 시간을 선택해야 해서 잠시 생각을 해보고 다시 오겠다고 하니 일반적으로 출발하기 하루 전에는 티켓을 구매한다고 했다.


다른 여행사 몇 곳도 물어보니 배의 종류와 출발 시간만 다를 뿐 여행 상품과 가격은 비슷했다. 그라나다에서 플라멩코 공연표를 구입했던 GetYourGuide를 찾아봐도 모두 가격은 비슷했다. 내가 원하는 배와 시간이 맞는 곳인 Dream Wave Algarve의 조금 큰 배를 이용하는 돌고래 관광(Dolphin Watching) 표를 구입했다.

Marina de Albufeira (선착장, 식당, 거리 등)



석양을 보고 돌아와서 사진을 정리하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석양을 보고 가기로 했다. 게스트하우스가 멋지기는 하지만 아쉽게도 바다가 보이지 않았다. 가는 길의 중간에 있는 언덕에서 해가 지는 것을 기다렸다. 바다 위로 해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알부페이라 항구의 튀어나온 땅 위로 해가 졌다. 바다 위로 떨어지는 해를 보려면 알부페이라 항구 보다 더 서쪽으로 가야 할 것 같았다.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와서 안뜰에서 그동안 찍었던 사진들을 폴더를 나눠서 정리를 했다. 사진을  하나씩 보면서 정리를 하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여행을 하는 동안 저녁 시간까지 돌아다니느라 바빴는데 알부페이라에서는 여유가 생겼다. 여행 중간에 그동안 찍은 사진을 보면서 그 순간까지를 되돌아보는 것도 좋았다.

알부페이라 항구 위로 지는 석양




알부페이라의 특징  (2023년 11월 기준) 』

알부페이라의 동쪽으로 35km 떨어진 파로(Faro)에 공항이 있다. 파로는 휴양지보다는 조용한 바닷가에 머물고 싶은 사람에게 최적이다. 알부페이라의 서쪽으로 50km를 가면 라고스(Lagos)가 있다. 라고스는 해안 절벽 동굴로 유명한 베나길(Benagil, 베나질)과 유럽의 끝이라고 불리는 사그레스(Sagres) 사이에 있는 도시이다.


알부페이라는 파로와 라고스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파로 공항에서 볼츠로 이동하기에도 크게 부담이 없고 베나길 동굴 투어를 하는 배들도 출발하는 곳이 있다.


해안 절벽과 백사장 해변을 모두 가진 알부페이라는 휴양에 최적화된 곳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 명소가 없는 것도 휴양을 도와준다. 올드타운을 걷다 보면 유럽에서 은퇴한 어르신들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페네코 엘리베이터는 모든 사람들이 해안 절벽 위와 백사장 해변을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해안 절벽과 해안선을 따라가면서 많은 리조트들이 있기 때문에 리조트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적당한 곳이다. 올드 타운을 벗어난 곳에서 가격대가 높은 고급 리조트들도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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