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부페이라의 두 번째 아침은 바다 위로 떠오르는 해를 보기 위해서 일찍 나섰다. 해가 뜨기 전이지만 거리가 밝았다. 이틀 만에 동네가 익숙해진 듯했다.
동네 끝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일출이 잘 보일만한 곳을 찾았다. 전날 저녁에 바다 위로 떨어지는 해는 보지 못했지만 이날은아침 바다 위로 떠오르는 해를 정확하게 보았다. 한국의바다에서도 일출을 본 적은 몇 번이 없는 듯했다. 계속해서 사진을 찍었지만 그 순간의 멋진 풍경이 사진에 다 담기지 않았다. 이것도 직접 여행지에 가야 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만족스럽게 숙소로 돌아와서 어느덧 최애의 공간이 되어버린 게스트하우스 안뜰에서 모닝커피를 마셨다. 여기도 작별할 시간이 다가왔다고 생각하니 아쉬웠다. 오늘은 알부페이라에서 숙소를 옮기는 날이어서 짐을 싸야 했다. 지금까지는 마지막 날 숙박비를 아끼기 위해서 이동을 했지만 이번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정리를 했다.
알부페이라의 일출
알부페이라의 빨래방을 가다.
여행을 준비할 때기내용 백팩에 들어가는 양의 짐만 가지고 여행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옷을 많지 챙기지 않았다. 여행 중에 말라가 에어비앤비에서 빨래를 한 후 일주일이 지나서 대부분의 옷이 다시 세탁할 때가 되었다. 알부페이라에서는 2박씩 2개의 숙소를 예약했는데 첫 번째 숙소 체크아웃과 두 번째 숙소 체크인까지 3시간의 간격이 있었다. 빨래를 하기에 적당한 시간이었다. 주변의 빨래방을 검색해 보니 3개 정도가 나왔다. 그중에 거리는 좀 있지만 후기가 가장 좋은 Lavandaria Self Service Speed Queen Albufeira에 가기로 했다.
조금 돌아가기는 하지만 많이 걷지 않고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었다. 알부페이라의 버스 요금을 내는 방식은 스페인의 말라가나 그라나다와 같았다. 운전석 옆에 요금을 받는 공간이 있어서 현금을 내면 영수증처럼 생긴 버스표와 함께 잔돈을 거슬러 주었다. 가는 길에 Alsa 버스를 타고 알부페이라에 도착했던 버스터미널을 지나갔다. 그 터미널에 도착하자 버스를 세우고 운전기사님이 내려버려서 당황했는데 거기가 회차를 하는 곳이었다. 다시 출발하기 전에 다른 버스 기사가 와서 버스표를 확인했다. 버스표를 주머니에 가지고 있어서 문제가 없었는데 잃어버렸으면 다시 버스표를 살 뻔했다. 버스표는 완전히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가지고 있어야 했다.
지금까지 보았던 알부페이라의 올드타운, 해변, 항구가 아니라 빨래방에 갈 일이 없었으면 가보지 않았을 일반적인 주택가를 돌아서 가는 버스여서 더 좋았다. 지나가는 길에 보이는 집들은 우리나라의 타운하우스 형태가 많았는데 흰색 벽에 붉은색 지붕이 차이점이었다.
빨래방은 우리나라와 비슷해서 사용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세탁기와 건조기는 분리되어 있는 형태였다. 지폐나 카드는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벽에 붙은 동전교환기에서 동전을 교환해서 사용했다.
빨래가 되는 동안 점심 먹을 곳을 찾아보았는데 빨래방이 있는 건물에 3개의 식당이 있었다. 체크아웃을 한 상태라 빨래 이외의 짐도 있었고 중간에 세탁기에서 건조기로 빨래를 옮겨야 되어서 가장 가까운 식당으로 갔는데 그건 실수였다. 우선 첫 번째 나온 샐러드에 야채가 제대로 씻기지 않은 상태로 이물질이 붙어있었다. 주인을 불러서 이야기하니 샐러드를 새로 만들어 줬는데 이미 입맛이 떨어진 상태였다. 컵도 깨끗하지 않아서 같이 나온 음료는 그냥 캔으로 마시고 음식 대부분을 남겼다. 마지막으로 계산을 하려는데 새로운 직원이 와서 처음에 주문을 받을 때 말한 것보다 더 많은 금액을 이야기했다. 서비스가 좋았으면 팁까지 줄수도 있었겠지만 그럴 마음이 없었다. 주문받은 직원을 찾아서 처음에 이야기했던 금액만 주고 나왔다.
다행히 빨래 방은 좋았다. 세탁도 깨끗하게 되었고 건조도 보송하게 잘 되었다. 식당에서 다소 지친 상태라 두 번째 숙소인 호텔로 갈 때는 볼트를 불러서 갔다.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버스를 타고 요금 내는 곳, 알부페이라의 신주택단지, 빨래방 입구, 한국과 비슷한 빨래방 내부
해변에서 첫눈에 반한 해안 절벽에 붙은 바로 그 호텔에 머물다.
알부페이라의 둘째 날 구시가지 앞의 동굴 해변(Praia do túnel)과동굴 전망대(Miradouro do Túnel)를 갔을 때 동굴 바로 위의 해안 절벽에 붙어있는 호텔을 보았다. 절벽 위에 지어진 호텔이나 해변의 호텔이 아니라 세로로 해안 절벽에 붙어 있는 호텔이었다. 멀리서 보았을 때 완벽한 곳에 있는 완벽한 호텔이라는 생각에 저런 곳에 머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가까이에서 보니 내가 예약한 Hotel Sol E Mar의 사진과 비슷했다. 절벽 위쪽 호텔의 윗부분에 Hotel Sol EMar라고 붙어 있었다. 바로 그 호텔로 이동하는 날이 되었다.
볼트에서 내려서 리셉션으로 갔다. 리셉션은 올드타운 쪽에서 보면 1층처럼 보이지만 바다에서 보면 5층에 해당한다. 방을 준비하는데 1시간 정도 걸린다며 빨리 준비가 되면 전화를 주겠다고 했다. 리셉션과 같은 층에 있는 바와 식당은 점심과 저녁 사이의 쉬는 시간이었다. 식사를 할 수는 없었지만 전망이 너무 좋아서 잠시 바다를 보며 앉아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니 올드타운 쪽에서 동굴을 지나면 나오는 해변 앞으로 바로연결이 되어 있었다. 호텔 1층에는 레스토랑과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었다. 아이스크림을 하나 먹고 있으니 방이 준비되었다고 전화가 왔다. 이번 여행에서 와츠앱이 아니라 전화를 건 숙소는 처음이었다.
방의 구조는 심플했다. 좁지 않은 화장실이 입구에 있었고 넓은 퀸사이즈 침대가 있었다. 중요한 것은 전망이었다. 방안에서도 바다가 보였다. 발코니에 다가가서 문을 여니 갑자기 볼륨을 높인 것처럼 파도 소리와 갈매기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발코니에는 편하게 앉을 수 있는 의자 2개와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해안선부터 수평선까지 바다 전체가 잘 보였다.
호텔의 발코니에 앉아서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주변 식당들의 메뉴와 후기를 검색해 보았다. 해안 절벽에 붙어있는 호텔에 쉬면서 저녁 메뉴를 정하는 것이 할 일의 전부인 순간도 꽤나 만족스러웠다.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알부페이라 동굴 위의 호텔 뒷모습, 해안절벽의 호텔 앞모습, 호텔 발코니에서 본 오션뷰, 페네코 엘리베이터와 계단, 어두워지는 바다, 해변의 파라솔
해안 절벽 위의 전망 좋은 식당에서 만족스러운 저녁 식사를 하다.
호텔 바로 옆에 있는 Casa del Mar의 메뉴와 후기가 마음에 들었다. 호텔 주변을 걸을 때 직접 보았던 외관도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났다. 레스토랑에서 해지는 바다를 보고 싶어서 시간을 맞춰서 식사를 하러 갔다.
레스토랑 입구에서 잠시 기다리니 종업원이 와서 예약을 했는지, 몇 명인지, 식사를 할 것인지 등을 물어보고 자리를 안내해 주었다. 식당 내부에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는데 2층에서는 식사 외의 음료만 가능하다고 했다. 1층 바다 쪽 창가 자리에 앉을 수 있는지 물어봤는데 창가 자리는 모두 예약이 차있다고 그 옆자리를 안내해 주었다. 나중에 창가 테이블에 연인들이 와서 경치가 일부 가려지기는 했지만 그전까지는 바다도 보였고 해진 후 노을을 보는데도 아무 문제가 없어서 나름 만족스러운 자리였다.
메뉴판에는 포르투갈어와 영어로 메뉴 설명이 있었다. 다양한 해산물이 들어간 국물이 조금 있는 찜 종류인 cataplana de peixe를 먹고 싶었는데 2 Pax(2인분)라고적혀있었다.자리를 안내한 직원이 아닌 새로운 직원이 주문을 받았는데 아주 친절한 사람이었다. 2인분은 너무 많다며 1인분이 가능한지 주방에 물어보겠다고 했고 잠시 뒤 다시 와서 1인분도 주문이 가능하다고 했다. 오징어 요리도 먹어보고 싶어서 양이 많은지 물어보니 평소에 2인분을 먹지 않는다면 cataplana de peixe 1인분으로 충분할 것이라고 했다. 그가 추천하는 대로 cataplana 1인분만 주문하였다.
뚜껑이 있는 은색 식기에 음식을 가지고 온 직원은 주문을 받은 직원과는 또 다른 직원이었다. 뚜껑을 열고 새우, 생선, 조개 등을 종류별로 조금씩 덜어 주고 이후는 원하는 데로 먹으면 된다고 설명해 주고 갔다. 해산물 상태도 좋았고 양념도 입에 잘 맞았으며 한 명이 먹기에는 충분한 양이었다. 서서히 해가 지는 바다를 바라보면서 먹을 수 있어서 더욱 만족스러운 저녁 식사가 되었다. 후식으로 차를 주문했는데 차를 우려내서 먹을 수 있도록 뜨거운 물이 담긴 티폿이 찻잔과 함께 나왔다. 천천히 차를 마시며 만족스러운 저녁 식사를 마무리했다.
계산서를 가지고 온 직원은 또 다른 사람이었다. 포르투갈에는 팁 문화가 없다 보니 테이블 담당자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직원들이 번갈아 가면서 오는 것 같았다. 주문을 받은 직원이나 음식을 가지고 온 직원이었으면 팁을 주고 싶었지만 처음 보는 직원이 계산서를 가지고 왔기 때문에 음식 값만 계산을 하고 식당을 나왔다.
왼쪽 위에서 아래로 식당 외부/내부/해변이 보이는 창가, 오른쪽 칵테일/메인 요리/티폿
방으로 돌아오는 길에 슈퍼에 들러서 맥주를 사 왔다. 발코니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한 참을 밤바다를 바라보다가 하루를 마무리했다.
『 여행 중 옷을 세탁하는 방법 (2023년 11월 기준)』
일주일 이상을 여행하면서 짐을 줄이는 방법 중에 하나는 적당량의 옷을 가지고 가서 세탁을 해서 입는 것이다. 여행 중에 빨래를 하는 방법에는 몇 가지가 있다.
먼저 호텔의 세탁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옷장 안에 있는 세탁물 주머니(Laundry Bag)에 빨래할 옷을 넣고 세탁물 주머니 안이나 아래에 있는 요청서에 체크를 하면 된다. 리셉션에 연락해서 세탁물이 있다고 하면 바로 가지러 오거나 방 청소를 할 때 가지고 간다. 세탁 후 다림질까지 해서 깔끔한 옷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옷 한벌당 세탁 방법에 따라서 요금이 정해지기 때문에 비싼 편이다. 보통 다음날 세탁물을 가져다주는데 하루 안에 세탁을 마치고 옷을 받는 긴급 서비스는 가격이 더 비싸다. 체크아웃을 할 때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가 많지만 옷을 받을 때 결제를 하는 경우도 있다.
다음은 빨래방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지도앱에 'Laundry Self Service'를 검색하면 빨래방이 나온다. 한국의 빨래방과 비슷한 경우가 많아서 사용이 힘들지는 않다. 숙소와 가까운 곳부터 사진과 후기를 보고 고르면 된다. 너무 외진 동네는 피하는 것이 좋다. 여행 중에 한국 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피하더라도 빨래방 후기는 한국사람들이 만족한 곳을 찾아가는 것이 좋다. 호텔 서비스보다는 가격이 저렴하지만 본인의 시간을 사용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세탁기가 있는 숙소에 머무르는 방법이다. 숙소를 예약할 때 세탁기가 설치된 레지던스 룸이나 에어비앤비를 찾으면 된다. 세탁기는 무료로 사용이 가능하지만 세제는 직접 구입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소량의 세제를 준비하는 것도 좋다. 호스텔의 경우 규모에 따라서 호스텔 내부에 코인 세탁기가 설치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비용은 빨래방과 비슷하더라도 이동하거나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어서 좋다. 장기간 여행을 한다면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이러한 숙소에 머무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