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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혼자 감당한다는 것

마음의 작용 3

by SOY Jul 12. 2024

무언가 결정해야 할 때 나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생각한다.

물건을 고를 때, 이직을 생각할 때, 집 공사가 필요할 때, 저녁메뉴를 고를 때조차 우리는 줄곧 결정을 한다. 결정해야 할 분야를 나열해 보면 그 성격은 이질적이고 크기와 규모도 서로 다르지만, 결국은 내가 결정하고 선택하며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동일하다.

삶은 구석구석 다양한 영역에서 나에게 결정을 요구한다.  

그러다 보니 내가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겠는지를 고민하게 된다. 이 가격이면 다음 달 카드값을 감당가능하겠는지, 이곳이 아닌 저곳에서 일하면 무엇이 좋고 무엇이 힘들어지겠는지, 집 공사업체가 감당할 것과 내가 감수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오늘 저녁은 가볍게 먹고 싶은데 먹깨비 아이들은 부족하다 할 테니 대안은 무엇인지.

매일은 결정의 연속이다.      


웃을 때 미소가 예쁜 대학생이 있다. 그의 어머니는 어려서부터 그에게 “네가 뭘 선택하든 그 행동에 대한 책임은 네 것이야. 네 책임이야”라고 하셨다. 그는 지금 생각해도 맞는 말이긴 한데, 적당한 말이었는지는 의문이라 하였다. 그의 가족관계는 단절된 것 같았고, 학창 시절은 외로웠다. 특히, 무언가를 선택하고 결정하는데 함께 고민하고 나눌 대상이 절실했다고 한다. 책임에 대한 이 모녀의 정의는 조금 달라 보인다. 어쩌면 어머니의 ‘책임’은 혼자 겪고 혼자 해결하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그는 상담 안에서 자신의 깊은 외로움을 들여다보고, 어머니의 사정을 이해하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네가 결정했으니 네가 책임져야지. 그 큰 명제는 우리를 부담스럽게도, 우리를 자유롭게도 한다. 책임이라는 말의 무게 때문에 신중해지면서, 동시에 무엇이든 결정해 볼 자유가 생긴다. 그러나 그 과정을 혼자 감당하고 혼자 해결하기보다 나누고, 묻고, 함께 고민하고, 정보를 얻고, 조언을 들을 수 있다. 믿을만한, 마음 나누기 좋은 누군가와 나누며 내 생각이 정리되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이 선명해지기도 한다. 그리고 내가 결정하고 감당하고 책임지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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