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mate

나의 사랑하는 언덕

by 노푸름

세상에 매질을 당하고

억울해 울면

누가 그랬냐며

나보다 더 화내주는

나의 언덕이 있습니다


혼내줄 수도 없고 아무 힘도 없지만

나는 언덕으로 뛰어가

마음껏 슬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언덕은 누구보다

나를 안쓰러워했습니다

또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그 언덕은 포근하고 편안해,

하루 종일 뛰어 놀고

온몸을 뒹굴어도 다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언덕은 병색이 짙어졌습니다


단단한 풀은 얇고 푸석해지고 빛을 잃어갔습니다

튼튼한 언덕배기는 부서지고 낮아졌습니다


나는 밤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아프지 않길 눈물로 기도했습니다

눈물이 아무 소용없다는 걸 알지만

하염없이 흘렀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언덕에게 달려갔습니다

언제나 달리면 기분이 좋은데

언덕을 보러가는 일은 기쁜 일인데

그날은 걸음이 무거웠습니다


애써 힘을 내봤지만

언덕은 나를 반길 힘조차 없었습니다


아픔을 나누고 싶었지만

누가 나보다 먼저 기도했는지


내게 조금도 통증이 닿지 않게 해달라 기도했는지

저는 하나도 아프지 않았습니다


다만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마음이 미어져

발 자국자국 모두가 고통스러웠습니다


어느 날 아침

언덕은 평지가 되었습니다

언덕은 이제 없어젔습니다


나는 혼자서 아파했습니다

우리 둘만의 추억이 얼마나 애틋했는지

아는 사람은 나뿐이라 혼자 아파했습니다


이젠

내 눈물보다 더 슬퍼해 줄 존재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서러워 울어도

나를 안아줄 사람은 없었고

무언가를 위해 힘을 낼 의지도 없었습니다


나는 주저 앉아 울었습니다

언덕이 보고 싶어 울었습니다


제발 내 소리가 가엾어

언덕이 돌아오길 바라며

소리쳐 울었습니다


울음을 그치고 싶지만

슬픔은 더욱더 나의 숨을 쥐고 틀었습니다


그래도

세월은 흘러


나도 언덕이 됐습니다


노을이 가까워졌고

잔디도 푸릇해졌습니다

나도 그 언덕처럼

높은 언덕이 되어있었습니다


점점 나이를 들며 내가 사그라들 때

사람들은 모두 나를 보며 울었습니다


나는 미안하지만

나는 먼저 떠난 언덕을 곧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뻤습니다


혹시

먼저 떠난 언덕도

그보다 더 먼저 떠난 언덕을

보고 싶어했을까요

기뻤을까요


나의 언덕도 기뻤다면

나의 언덕이 그보다 먼저 떠난 언덕과

비로소 재회했다면

나는 이제 그만 슬퍼 하렵니다


나의 언덕도

나를 기다리고 있을테고

곧 만날테니까요


또 나때문에 슬퍼할 사람들에게도

일러둬야 겠습니다


그토록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언덕을 만나러 간다고요


우리도 곧 만날테니

너무 슬퍼 말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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