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을 두려워 마
여름과 소원해진 바람은
무정히 나를 찾아왔고
유난히 외롭던 여름날
나를 안아주던 온기는
무색해졌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 가을의 촉감
얼마만에 느껴보는
차가움인가
외로움인가
칼칼한 가을바람에
이불을 포근히 안으며
쥐고있던 하루의 피로를 놓아준다
그저 얌전히 잠들어 준다면 고마운 나의 하루
내가 상처 낸 이들
내게 상처 낸 이들
평온한 잠을 자고 밥을 먹을테지
누군가에게 상처 준
누군가에게 상처받은
나또한 그러하니
우리였던
황홀의 시절
끝나지 않길 바랐지
이제는 잔인해져버린
그 시절 끝나길 바라는
나의 헤픈 소망
그대 떠나 응고된 마음은
풀릴 줄 모르고
끝이 없는 삶
분명 비극이어라
달콤한 독약 행복
그 독약을 향한 나의 무모한 열망으로
이제는 아픈 추억의 끝을 말하려 한다
끝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보다
그 끝이 우리에게 작은 미소가 되길
다시 누군가와의 끝을 기대할 수 있다면
다시 누군가와 끝을 함께할 수 있다면
이 좋은 가을날
흘러가는 바람이 말한다
끝은 행복
시작은 희망이라고
끝은 고통만이 아니고
시작은 절망일 수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