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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푸름 Nov 14. 2019

이별 한 점 들어가지 못하게


저녁마다 할머니를 목욕시켜 드려야 한다. 할머니가 춥지 않게 욕실에 따뜻한 물을 미리 받아둔다. 겨울이라 그런지 할머니는 두피와 피부가 건조해졌다. 샴푸도 좋은 거로, 바디워시도 좋은 거로 써서 할머니를 씻겨드려야지.  

보드라운 거품으로 할머니의 목, 가슴, 배, 엉덩이를 덮어준다. 수압이 너무 세면 아플 수도 있으니 약하게 튼다. 할머니에 오래 묵은 설움을 씻어낸다. 할머니는 물이 묻은 채로 욕실 밖으로 나간다.     

“할매, 완전히 깨 벗어버렸구먼?”

“깨 벗었지 그럼.”

둘만 웃긴 단어로 키득거린다.     

할머니의 몸을 두툼하고 큰 수건 속에 숨긴다. 할머니가 개운한지 맑게 웃는다. 하얗게 세어버린 머리에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혀있다. 그 얼굴에 로션을 듬뿍 퍼서 이마, 양 볼, 코, 턱 순으로 꼼꼼하게 발라준다. 뽀뽀도 잊지 않는다. 따뜻한 꿀물 한잔을 드리는 것도 잊지 말자. 호로록 마시며 가만히 TV를 보고 계신다. 꿀물을 다 마시고, 피곤해하는 할머니를 이불에 눕힌다. 어떤 악마가 존재해 이불에 잠든 할머니를 빼앗아 갈까 두려운 사람처럼 바람 한 점, 이별 한 점 들어가지 못하게 이불로 할머니의 턱 끝과 발끝을 감싼다. 이제 어떤 누구라도 할머니를 데려가지 못하겠지? 이제야 안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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