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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푸름 Apr 22. 2021

을지로에서 종로까지

도란도란 걷기 좋은 봄날엔

금요일 저녁 을지로 골목은

청춘들로 북적인다


그럭저럭

오늘 하루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맥주잔이 부딪히는 순간

불만은 거품처럼 사그라들고

청량한 웃음이 찰랑인다


여기로 가자

분위기 좋다


단출한 간판 아래

좁은 입구로 들어가는 감자국집


별 얘기 아닌 말에 웃고

별 웃음 아닌 미소에 설레고

별 마음 아닌 호감에 마음이 깊어져간다


그래도 너와 걷고 싶은 걸

조금씩 가까워지는 건 어떨까

그건 괜찮지 않을까


알 수 없는 너의 마음에

상처와 가까워지는 연약한 나의 진심


내가 줄 수 있는 확신은

너의 눈에 나의 눈을 맞추고

너의 단어를

나의 마음에 포개는 것뿐


을지로에서

종로까지 걸으며

우리는 수많은 가게를 가리켰지


조금씩 가까워지는

너와의 거리는

나만의 착각이 아닌 것 같아


불필요한 부딪힘을 느끼며

우린 얼마나 힘껏

심장박동에 음소거 버튼을 눌렀을까


향수 냄새가 나는지 물어보는 나와

향수 냄새가 잘 어울린다고 말해주는 너


한적한 삼청동 길을 지나자

용감함이 생긴 걸까

조심스러운

손길을 맞잡는다


하던 말은 어디로 갔는지

알 길 없이

봄바람에

팔랑이는 설렘을 실어 보낸다


하릴없이 마냥

걷고 싶은


너와의

을지로


너와의

종로


하릴 없이

잡고 싶은


너와의

두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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