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에서 종로까지

도란도란 걷기 좋은 봄날엔

by 노푸름

금요일 저녁 을지로 골목은

청춘들로 북적인다


그럭저럭

오늘 하루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맥주잔이 부딪히는 순간

불만은 거품처럼 사그라들고

청량한 웃음이 찰랑인다


여기로 가자

분위기 좋다


단출한 간판 아래

좁은 입구로 들어가는 감자국집


별 얘기 아닌 말에 웃고

별 웃음 아닌 미소에 설레고

별 마음 아닌 호감에 마음이 깊어져간다


그래도 너와 걷고 싶은 걸

조금씩 가까워지는 건 어떨까

그건 괜찮지 않을까


알 수 없는 너의 마음에

상처와 가까워지는 연약한 나의 진심


내가 줄 수 있는 확신은

너의 눈에 나의 눈을 맞추고

너의 단어를

나의 마음에 포개는 것뿐


을지로에서

종로까지 걸으며

우리는 수많은 가게를 가리켰지


조금씩 가까워지는

너와의 거리는

나만의 착각이 아닌 것 같아


불필요한 부딪힘을 느끼며

우린 얼마나 힘껏

심장박동에 음소거 버튼을 눌렀을까


향수 냄새가 나는지 물어보는 나와

향수 냄새가 잘 어울린다고 말해주는 너


한적한 삼청동 길을 지나자

용감함이 생긴 걸까

조심스러운

손길을 맞잡는다


하던 말은 어디로 갔는지

알 길 없이

봄바람에

팔랑이는 설렘을 실어 보낸다


하릴없이 마냥

걷고 싶은


너와의

을지로


너와의

종로


하릴 없이

잡고 싶은


너와의

두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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