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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푸름 Jan 14. 2022

빠른 시일 내에


전화기 너머

너의 음성에

몰래 웃음짓는다


그랬어

진짜?

힘들었겠다

그러니까


가끔씩 들려오는 한숨과

살짝 놀라는 호흡은


내 귀에 박혀서

제멋대로 재생된다


런닝을 하며 멜론 대신

최근 통화목록의 가장 첫번째를 누르는 너는

내 목소리를 듣는 게 그냥 좋다지


피부 같은 너의 큰 가방을 매고

유독 느린 걸음으로

나에게 걸어오는 너를 상상해


이내 안개 낀 안경을

탁자 위에 내려 놓고

뭘 그렇게 열심히 하고 있었냐고

내게 물어오겠지


네가 만약 오후 네시에 온다면

난 오후 세시부터

네가 없다는 것에 우울해질 거야


난 어린왕자랑 달리

심술보가 많아서 말야


빠른 시일 내에

만나요


빈 깡통같은 호들갑보다

지금의 묵묵함이

좋다고

얼른 말해줘야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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