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와 빗방울

by 노푸름

정갈한 단어를

한 획 한 획 정성스레 읽어내려 갈 때

마음이 정화되곤 한다


아름다운 단어가 보고 싶을 때는

내 마음에 슬픈 단어가 가득 찼다는 신호다


씁쓸한 단어를 삭제하지 않으면

달콤한 단어가 들어갈 자리가 없다는

좁디 좁은 나의 마음


소나기 같은 비도 좋지만

잔잔히 조심스레 소리 내며 얌전히 내리는 비가 좋다


그런 빗소리에 귀기울일 때면

아무것도 정리되지 않았다는 신호다


방황하는 마음이

물에 젖은 머리마냥

차분히 정돈되면 좋겠다


조용한 비가 내리길 바랄 때

나는 취약해져 간다는 걸 깨닫는다


툭 하면 방둑이 무너지듯

눈물이 터져 넘칠 것 같이

아주 위태롭다


불완전하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신호다


다정한 시를 보고

고요히 비 내리는 선선한 아침이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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