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기업, 법인으로 진화하다
# 법인의 탄생
자본주의는 법인의 설립과 운영으로 구체화된다. 주식의 발행으로 주주를 모집하고, 법인을 신고·등록하면 법인격이 부여되고, 주체적인 경제활동 영위가 가능해진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우리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하이닉스 반도체 같은 기업들이 살아 움직이는 경제주체이자, 사람과는 다른 법인격체임을 알고 있다.
임 대표의 회사도 처음엔 ‘쏘크라테스 떡볶이 마포점’이라는 개인기업으로 시작되었지만, 매출이 늘어나고, 또 다른 매장을 준비하며, 직원을 채용하면서 법인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OO 떡볶이’라는 상호는 사업의 확장성을 스스로 한계 짓는다. 이제 막 창업한 회사이고, 직원 수도 많지 않지만, 먼 미래를 보고 고심 끝에 ‘돌우물’이라는 상호로 법인을 설립한 것이다.
대부분의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은 절차의 복잡성, 세금에 대한 이해 부족 등을 사유로 개인사업자로 사업을 시작한다. 그러다가도, 일정 규모 이상으로 매출액과 자산액이 증가하게 되면, 대부분 법인으로 기업형태를 전환한다. 법인의 설립으로 사업목적은 확대되고, 뜻을 같이하는 주주 및 경영진 등 이해관계인들이 합류하면서 사업에 필요한 초기 운영자금도 확보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개인사업자가 법인으로 전환하려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대외신용도 향상 및 거래의 편리성 증가다. 개인기업에 비해 법인은 대외적으로 신용도가 생겨 운영실적 내지는 사업계획 등을 토대로 투자나 기업 대출 등을 받기가 수월하다. 둘째, 세금 절약이다. 개인기업의 최고 소득세율은 40%인 반면, 법인세율은 10~22%로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세율을 적용받는다. 적용세율만 놓고 보면 과세표준이 2천만 원 이상만 되어도 법인이 유리하고, 통상적으로 연 매출액이 1억 원을 넘는 경우 법인이 유리하다.
반면,‘나’의 회사가 아니라, ‘주주’의 회사, 별도로 법‘인격’이 부여되는 경제주체가 되는 것이니, 기업의 활동에는 책임과 제한이 따른다. 자금의 집행은 사업의 목적에 부합해야 하고, 사용처가 분명해야 한다. 배임, 횡령과 같은 형법상의 용어가 심심치 않게 들리는 것처럼 ‘자본의 인출 제한’은 법인의 숙명과도 같다. 특히, 대표이사나 주주, 임직원들이 급여나 상여금 이외에 자금을 인출하는 경우, 해당 금액은 법인 결산 시 대차대조표에 가지급금 또는 대여금으로 잡힌다. 원금 상환의무가 생길 뿐 아니라, 이자도 발생하며, 이자를 내지 않을 경우 가지급금에 대한 법인세도 과세된다. 회사의 매출 규모나 총자산과 비교해 가지급금(대여금) 규모가 2%만 넘어도 금융기관으로부터 기업 대출을 받기도 어려워진다. 회사가 특수관계자에게 빌려준 자금을 회수해 필요한 자금으로 사용하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법인기업에 책임경영과 투명경영이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 담글 수는 없는 법. 돌우물은 법인설립 목적에 식품 가공제조업, 유통업, 전자상거래 소매업, 인테리어 공사업, 경영컨설팅업 등을 추가하며 닻을 올렸다. 취미로 시작한 떡볶이 가게가, 이제는 그 한계를 쉽사리 특정하기 어려운 어엿한 기업의 형태를 갖춘 것이다.
꿈을 꾸는 한, 이 세상에 작은 기업이란 없다.
서울시에서 분석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음식점업의 개업 대비 폐업 비율은 약 90% 수준에 이른다. 우리나라가 자영업자의 나라라고 불리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와 같은 수치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코로나 발생 후 비대면 정책에 영향을 많이 받는 식당과 카페 등 일반음식점들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사회구조와 경제불황을 탓할 수는 있지만, 이런 통계수치가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한다. 선택에 따른 결과는 일차적으로 자신의 몫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동정과 배려의 영역은 생각보다 넓지 않다.
'십중팔구' 기업은 소멸하지만, '십중일이' 기업은 생존하고 번영한다. 쏘크라테스 떡볶이 가맹점들도 생존경쟁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매운 소스로 만든 떡볶이 판매가 줄어들면, 치즈로 버무린 떡볶이 메뉴를 론칭한다. 소스의 매운맛도 정도를 달리해 보고, 어묵과 소시지를 배합한 신메뉴도 판매한다. 단골손님 명단은 따로 정리해 두었다가, 서비스 추가나 손 메모 전달로 감동을 배가하기도 한다. 야식으로 인기 있는 메뉴 특성을 고려하여 야간 배달에 주력하기도 한다. 본사와 가맹점주들은 단톡방을 개설해 서로의 고충을 나누고, 새로운 아이디어나 신메뉴 정보를 공유한다.
10대, 20대 등 젊은 층들이 주로 찾는 메뉴다 보니, 본사에서는 SNS 마케팅에 주력하고, 누군가가 만들어 낸 밈(Meme)을 팔로워들에게 공유한다. 우연치 않게 유명한 먹방 유튜버가 자발적으로 맛 품평을 해 주기도 하고, 전략적으로 광고를 의뢰하기도 했다.
창업 후 2년 여의 시간이 흐른 현재 ‘쏘크라테스 떡볶이’ 가맹점 수는 수십 개에 이른다. 아직은 지명도가 낮고, 브랜드 순위권 안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지만, 안정적 성장 기반은 마련되었다. 소비자들의 선호도와 시장의 트렌드를 수시로 파악해서 새로운 메뉴를 출시하고, 가맹점주들이 원하는 경우 본사 R&D 센터에서 조리법 교육을 하거나, 본사 소속 슈퍼 바이저들이 가맹점 출장을 나가서 돼지국밥, 냉면, 파스타, 닭발 등 다른 음식으로 주력제품을 교체할 기회도 제공한다. 한 명의 사업자가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판매하는 샵인샵 매장의 활성화로 가맹점주들의 안정적 운영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어느새 떡볶이 매장 외에도 회사가 관리하는 샵-인-샵 매장 수는 10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