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와 평균값의 상관관계
조금은 뜬금없지만, 기업가의 삶을 생각하다 보니 정규분포/비정규분포 그래프가 떠올랐다.
정규분포의 좌우대칭 그래프는 편안하고, 이성적이며, 심지어는 아름답다. 연구를 주업으로 삼는 연구자들은, 자신이 확인하고자 하는 가설이 정규분포의 모습으로 구현될 때 희열을 느낀다. 정규분포의 그래프는 (일반적으로) 가설이 증명(채택)됐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이나,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도, 정규분포의 그래프를 좋아할 것이다. 결과치가 평균 지향적이고, 어느 한 방면으로 쏠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한 사회가 안정적으로 유지, 관리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가 흔히 쓰는 ‘일반적이다, 대중적이다’라는 표현도 정규분포 그래프와 닮았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대부분 평균적인 삶, 보통의 인생을 추구하며, 양극단의 값은 달가워하지 않는다. 국가적, 사회적으로도 그러하다.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 소리를 듣는 것은, 적자생존에 노출된 다른 동물(짐승)들과는 달리, 교육과 문명을 통해 시스템적으로 조화로움(평균 수렴)을 쫓기 때문이다. 보편성, 평균과 멀어져야 가능한 혁신과 파괴는 모난 돌로 치부되어 정 맞는다.
반면, 비정규분포의 그래프는 불편하고, 비이성적이며, 심지어는 추하다. 비정규분포 그래프의 또 다른 학술용어 ‘멱함수’라는 네이밍도 이상하다. 연구를 주업으로 삼는 학자들은 자신의 증명하고자 했던 연구의 결과값이 비정규분포의 그래프로 구현될 때 절망감을 느낀다. 비정규분포의 그래프는 (일반적으로) 가설이 기각(불채택)됐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정부 공무원이나, 정책 입안자들도, 멱함수의 그래프를 선호하지 않을 것이다. 결과치가 평균 지양적이고, 어느 한 방면으로 쏠리기 때문이다. 이는, 한 사회가 안정적으로 유지, 관리되고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우리가 흔히 쓰는 ‘특이사항, 쏠림현상’과 같은 표현은 비정규분포와 닮았다. 특이하게도, 우리는 그래프의 앞쪽에 있는 자들을 시기/질투하고, 뒤쪽에 있는 자들을 폄하/비난하기도 한다. 국가적, 사회적으로는 더 많이 소유한 기업, 개인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고, 덜 가진 기업, 개인들에게는 세금을 덜 걷거나, 환급 또는 보조해 주는 방식으로 비정규분포 그래프를 보정한다. 정규분포를 지향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국가는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보다 ‘결과의 정의로움’에서 적절한 역할을 하며 존재감을 과시한다.
그러나, 정규분포든 비정규분포든 간에, 그래프 모형 자체는 가치중립적이다. 우리가 실제로 살고 있는 세상의 모습도 정규분포와 ‘전혀’ 닮지 않았다. 자본주의는 우리가 선택한 기본적인 삶의 체제이고, 이 시스템 하에서는 개별적 경제주체의 선택과 판단에 우선권을 주고, 그에 대한 결과도 책임 지운다. 2차적인 국가적/사회적 수정(보정)의 폭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인간의 이기적 유전자는, 예전보다 더 나은 삶, 남보다 더 높은 수준을 지향하도록 설계되었고, 우리는 이것을 진화 또는 발전이라고 부른다.
파레토 최적 또는 20:80의 법칙 같은 실증적 용어로, 비정규분포 그래프, 즉, 자원 배분의 불균형성은 정당화되거나 그 불가피성이 인정된다. 경쟁적인 사회구조가 하에서, 즉, 자본주의 하에서, 경제가 발전한다는 것은, 누군가의 효용을 감소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다른 누군가의 효용이 증가했음을 의미하고, 이는 곧, 사회 전체의 효율성과 부가가치가 향상되었음을 뜻한다. 국가는 경제발전이라는 대의명분 하에 경쟁에 의한 효용증가(경제적 부가가치 향상)를 기대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경쟁은 불가피하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영위하는 임대표의 입장에서 살펴보자. 본사의 규모와 매출액은 동종업체들과 비교해 정규분포 그래프 평균값의 왼쪽으로 점점 나아가야 한다. 평균에서 멀어져야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창출하는 기업가, 계속기업(keep going company)의 최고경영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가급적 많은 가맹점들이 경쟁사 가맹점들과 비교해 매출액과 생존율 면에서 앞서나가고, 비정규분포의 오른쪽 그래프 앞단을 많이 차지하기를 희망할 것이다.
개별 경제주체들(가계, 기업, 정부)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바로 정의로운 사회다. 기업은 생존과 번영을 위해 존재한다. 보편적인 것, 평균적인 것을 지향하는 기업가는 살아남기 어렵다. 기업가의 소명의식, 사회적 연대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바람직한 사회구성원의 역할이라는 대의명분과는 별개로, 대게 자본금/유동성의 감소와 비례한다. 기업가는 편안하고, 아름다운 정규분포 그래프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