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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용 Jan 22. 2021

명상과 달리기, Day 277

겨울 밤 빗속을 달리는 것은 오늘이 처음.

### 명상과 달리기 Day 277 

2021년 1월 21일 목요일 오후 7:19~8:19 

아침 명상, 10분 책읽기, 10분 준비, 40분 달리기.


고양이를 위해 마련해둔 작은 카페트를 잠시 점유하고 호흡을 해본다. 눈을 감고 천천히 호흡을 하는 사이, 함께 사는 고양이 '오미앵'은 카페트 옆에 놓인 장난감을 가지고 무심하게 놀이를 시작한다.


명상과 달리기 276일째에는 노트를 남기지 못했다! 꽤나 집중해서 업무를 보는 일과 중에 짧게 달리기를 하고서 노트까지 남기는 것은 정말 무리였던 걸까?


그러나 오늘도 해가 지기 전에 달리기를 하지는 못했다. 일몰 시각이 오후 6시가 되는 시점인 2월 5일까지는 여전히 2주 가량의 시간이 남아 있고.


해가지는 줄도 모르고 일을 하던 사이, 밖에는 차가운 비가 내리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도 처음의 경험을 하게 된다. 말하자면, 겨울 밤 빗속을 달리는 것은 오늘이 처음인 것이다.


오늘 달리기 전 잠시 읽어보는 책은, 로널드 퍼서의 '마음챙김의 배신'. 영어 원제는 'McMindfulness'이다. 책의 부제는 '명상은 어떻게 새로운 자본주의 영성이 되었는가?'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교 경영학 교수이자 불교 신자'인 저자는 책의 첫 번째 장, '마음챙김 혁명이란?'에서부터 작심한 듯 이야기를 시작한다.


"마음챙김 수련은 ... 경영진들에게 판매되고 있다. 그들은 틀림없이 "명상"을 하고 있겠지만, 그것은 두통에 아스피린을 먹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기능을 할 뿐이다. 고통이 사라지면, 평소와 다를 게 없다. 개개인은 더 좋은 사람이 될지 몰라도 최대 이윤이라는 기업의 방침은 변함이 없다. 경제학의 낙수효과처럼 마음챙김의 낙수효과는 권력 유지를 위한 눈가림이다.

마츰챙김은 신자유주의 사고방식에 지배된다. 활용되어야 하고, "효과"가 입증되어야 하며, 바람직한 결과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마음챙김이 저항의 도구로 제시되지 않고, "자기돌봄"의 기술로 한정되도록 예방할 수 있다. 그리하여 마음챙김은 더 나은 성과와 효율 증진을 위해 정신적, 감정적 장애 요소를 제거하는 치료제 - 만병통치약 - 가 된다." (21-22)


처음 경험하는 겨울 빗속 달리기를 위해, 선물받은 뒤 한 번도 사용해본 적 없는 방수 재질의 판초를 뒤집어 쓰고 길에 나선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왼쪽 무릎에 경미한 통증이 있었는데, 설마 '비가 오려나...?'하는 신호였던 걸까?


눈이 내리는 동안 길에서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조심히 달렸던 것처럼, 비가 내리는 중에 달리는 것 또한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방수 기능이 있는 운동화를 단단히 신고, 시야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딱딱한 바닥에 미끄러지는 일이 생기지 않게 보폭을 좁힌다. 자전거나 자동차와 부딪히는 일이 없도록, 자전거를 탈 때 종종 쓰는 반사 벨트도 질끈 동여맨다.


달리기 후 현관에 들어서면서는 함께 사는 친구에게 사진을 하나 찍어달라고 부탁하기까지 해본다. 육체적으로는 무척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는 꽤 상쾌한 달리기였고, 꽤나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고 생각했는데 - 막상 촬영된 사진을 보니 당장에라도 앰뷸런스를 불러주어야 할 것 같은 표정이다. 


* 오늘 명상과 달리기 일지 & 노트 쓰기에는 17분이 걸렸다.

** 매일 명상과 달리기를 한 지는 277일 째. 달리기를 시작한 지는 3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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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스타그램 @one_day_one_run. 포스팅에 첨부하지 못한 여러 장의 사진과 영상을 함께 업데이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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