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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용 Feb 07. 2021

명상과 달리기, Day 292-93

달리기와 걷기의 차이점은?

### 명상과 달리기 Day 292-93

2021년 2월 5-6일, 금-토요일

아침 명상, 일과 일 사이의 짧은 달리기들.


(과거형 글쓰기)


금요일의 달리기는 걷기와 달리기의 사이 쯤 어딘가였다. 달리기의 시작점은 집이었지만, 종착점은 동료의 사무실. 조금 춥게 느껴질 수 있는 얇은 옷을 입고, 등에는 가방을 둘러맨 상태로 빠르게 걷기 시작한 뒤 마침내 달리기까지.


그렇다면, 달리기와 걷기의 차이점은? 가장 결정적인 차이점은, 달리기를 할 때는 두 발 모두 지면에서 떨어져 공중에 뜬 순간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걷기는 한 발을 지면에 붙인 채 안정적으로 (또한 에너지를 보존하며) 이동하는 것이라면, 달리기는 에너지 효율을 어느 정도 포기한 채 (?) 앞으로 향하는 추진력을 얻는 움직임인 셈이다.


한편, 토요일의 달리기 역시 일과 일 사이의 짧은 시간에 이뤄졌다. 다행히도 출발지와 목적지가 동일한 달리기였다. 주어진 시간은 30분을 넘길 수 없는 상황. 10분을 하나의 단위로 설정하고, 달릴 수 있는 곳까지만 다녀오기로 해본다.


그런데, 시간과의 달리기 경주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이틀치 명상과 달리기 노트를 한 번에 작성한다는 사실은 시간을 따라잡기 위해 걷기의 속도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와 함께 한 가지 더 함께 기록해둘 것. 금요일 밤엔 클럽하우스 앱에서 열린 '다람쥐클럽'의 행사에서 명상과 달리기에 관해 이야기하고,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한 시간으로 계획되었지만 두 시간이 넘게 진행된 대화 중, 그간 혼자 명상과 달리기를 하면서 생각지 못한 것들에 관해 여러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깨달음과 함께, 기존의 생각을 재차 확인하기도 한 시간. 깊이 회고하면 더 많은 생각을 캐낼 수 있겠지만, 우선:


* 조울증으로 몇 년 동안 약물치료중인 S는 점차 약물에 내성이 생기면서, 메타인지의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말하자면, 특정한 상황에 대한 자신의 반응을 예측하고 대응하는 것. 이것을 위해서는 자신이 어떤 약물과 상황에 어떤 식으로 반응하는지를 (경험으로든 기록으로든) 알고 있어야 한다.


* 바쁘게 회사를 운영하는 동시에 육아 중인 D. 그에게 명상의 순간은 매일 아침 따뜻한 물을 한 잔 마실 때. 천천히 물을 마시면서, 자신의 몸 상태와 마음 상태에 대한 '알아차림'을 수행한다고 한다. 벌써 일 년이 훨씬 넘도록 하고 있다고. D는 아침 뿐 아니라 하루 중에도 이렇게 짧은 순간을 여러 차례 경험하고 있다.


* 달리기를 하기 가장 좋은 시간은? 그런 특정한 시간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다. (물론, 매일 명상과 달리기를 시작하던 무렵엔 검색 엔진에서 '달리기 가장 좋은 시간' 따위를 여러 차례 검색해보기도 했다는 사실.)


* 명상은 복잡한 의식이 아니다. 편한 자세로 눕거나 앉아 열 번, 스무 번 호흡에만 집중해보는 것으로도 시작해볼 수 있는 일이다. 어떻게 보면 '명상'이라는 것은 하나의 '단어'에 불과한데, 단어라는 것은 갇히기 쉬운 '틀'이 되기도 싶다(는 점에 유의해야 하겠다).


* 가부좌를 틀고 있지 않더라도 명상이 가능할까? 어쩌면, 일상 가운데 초월을 느끼는 시간을 감지하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을지 모른다.


* 그렇다면 명상은 흩어진 정신을 모으기 위한 행위인가? 그렇게만 생각한다면 명상은 기능적 목적을 지닌 도구에 불과하게 된다. 


* 한때 축구와 격투기를 즐겼고, 달리기는 '남성답지 않은' 운동이라고 여겼다는 이야기를 해준 사람의 이야기. 달리기를 하는 동안 많은 깨달음이 있었다고 하는데, 아마 쉴 틈 없이 몸을 움직여야 하는 다른 운동과 달리 단순한 움직임을 반복하기 때문이 아닐까?


* 달리기 중 느낀 '러너스 하이'에 관해 설명해준 사람의 이야기 중에서: 마라톤 풀코스를 뛰면 중간 지점인 20킬로미터 가량을 넘길 때가 가장 어렵다. 마치 온 세상이 내 한 걸음 한 걸음을 붙잡으려 맞서는 느낌이 든다고. 이 순간을 넘긴 뒤엔 마치 몸이 자동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달리기를 이어가게 된다.


* 여기서 이어진 이야기.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Inside Bill's Brain>을 보면, 빌게이츠마저 돈을 주고 살 수 없는 것이 바로 '시간'이다. 명상과 달리기야말로 (심지어 돈을 들이지 않고서도) 그런 시간을 접고, 구부리기까지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 오늘 명상과 달리기 일지 & 노트 쓰기에는 35분이 걸렸다.

* 매일 명상과 달리기를 한 지는 292-93일째. 달리기를 시작한 지는 324-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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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스타그램 @one_day_one_run. 포스팅에 첨부하지 못한 여러 장의 사진과 영상을 함께 업데이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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