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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용 Feb 13. 2021

명상과 달리기, Day 300

지금 내가 바라는 것.

### 명상과 달리기 Day 300

2021년 2월 13일 토요일 오전 8:30~9:43

10분 요가, 10분 책읽기, 10분 준비, 약 40분 달리기와 산책. 


러닝 중 오디오 컨텐츠 듣기와 두뇌 가소성 저하의 관계는 예상한 바 대로였다. 두뇌 가소성은 어떻게 증진되는가? 그것은 하나의 행위에 집중할 때야 비로소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격렬하다면 격렬하다고 할 수 있는 달리기를 하면서 또 다른 (격렬한) 행위가 될 수 있는 심도있는 오디오 콘텐츠 소비는 두뇌 자원이 분산되는 결과를 초래하며, 따라서 두뇌 재배치에는 그리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다. 몸의 감각에 집중하지 않은 채 흐리멍텅하게 달리기를 한다면? 그것 역시 가소성의 측면에서는 그리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물론, 달리기라는 행위를 실현하기 위해 구현되어야 하는 갖가지 생리작용 가운데 이미 흐리멍텅함이 자리잡을 곳은 없는지도 모른다.


달리기 전, 탁자에 놓여있던 책을 집어들고 무조건 10분 동안 읽어보기. 


"나는 마흠이 되어서도 나 자신이 이럴 줄 몰랐다. 젊은 날의 나는 마흔이 되면 지금보다 훨씬 더 고상해질 줄 알아다. 마흔이 되기만 하면 어떤 마법에 걸린 것처럼 저절로 인생을 알게 되고, 다른 사람들에게 더 관대해지고, 무엇보다 지혜로운 사람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마흔을 먹고 나서도 나는 그때처럼 여전히 싱거운 농담을 즐기고, 노는 것을 좋아하며, 무시당하면 발끈하는 옛 성품 그대로다." ('프레임: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최인철. 21세기 북스, 2020]


그리고 책 읽기에 앞서, 10분 동안 아주 짧은 요가 루틴. 아무런 도움 없이 10분 동안의 플로우를 구상할 능력은 요원하기에,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사용 중인 앱 '다운독'의 도움을 받아본다.


끙끙거리며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는 모습이 낯선지,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는 10분 내내 먼 발치에 앉아 인간을 바라본다. 요가의 동작들은 몇 년이 지나도 낯설지 않고, 항상 끙끙거리는 소리를 수반하기에 집중을 요하는 것 같다. 그러니 신체적으로 아주 정적인 명상과는 좀 다른 느낌일 수 밖에. 


어쨌거나, 오늘은 이어폰을 끼지 않고 밖으로 나가본다. 그저 두뇌 가소성에 대한 지식을 확인했기 때문은 아니지만, 달리기 행위에 더 집중해보기 위해서다. 


가볍게 달리기를 하다가, 어느 구간에서는 전력 질주를 해보기도 한다. 속도를 최대한으로 올려 달리는 일은 드문데, 의외로 몸이 가볍게 앞으로 튕겨져나가는 느낌이 들어 스스로에게 놀라게 된다. (달리기의 효율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요상하게 생긴 러닝화 덕분이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여전히 시간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매일 명상과 달리기가 어느덧 300일 째를 맞이하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면에서 놀랍다. 동일한 행위를 300일 째 이어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명상과 달리기만큼이나 꾸준히 진행해서 끝내고 싶었던 일들에 대해서는 바라는 만큼 해내지 못했다는 사실 또한 놀랍다.


달리기를 하며 꾸준히 사용하기 시작한 '나이키러닝클럽' 앱을 통해 측정한 그 동안의 달리기 거리 역시 놀랍다. 오늘까지 달리기를 통해 이동한 거리는 1,011 킬로미터에 이른다. 


300일 동안 쉼 없이 달리며 일어난 변화는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스스로는 무엇이 변화했는지 잘 알아차리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변화는 아주 조금씩 일어나게 마련이고, 모든 역사가 그러하듯 그것은 사후적으로 알게되는 것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바라는 것은 다만 오늘 하룻동안 해내야 할 일을 제대로 완수하는 것. 그리고 시간과의 달리기 경주에서 뒤쳐진 거리를 좁히는 것 뿐이다. 


* 오늘 명상과 달리기 일지 & 노트 쓰기에는 35분이 걸렸다.

* 매일 명상과 달리기를 한 지는 300일째. 달리기를 시작한 지는 33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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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스타그램 @one_day_one_run. 포스팅에 첨부하지 못한 여러 장의 사진과 영상을 함께 업데이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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