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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용 Mar 03. 2021

명상과 달리기, Day 318

울기 위해서 달리는 게 아닌가.

### 명상과 달리기 Day 318

2021년 3월 3일 수요일

새벽 명상, 오후의 명상, 저녁 달리기 60분.


그리 빠르게 달리지는 않았지만, 한 시간 동안 달리며 몸이 그리 힘들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한 바퀴를 돌면 400미터 가량인 운동장을 열 몇 바퀴, 아주 천천히 돌아보았다. 어둑어둑 했으나, 큰 운동장에 붙은 작은 운동장에서 훈련용 야간 조명이 흘러나와 그리 어둡지만은 않았다.


요 며칠간은 마치 울기 위해서 달리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달리다 눈에 바람이 들어가 눈물이 나기 시작하면, 딱히 멈출 생각이 없는 것이다. 아마, 사흘 째 오전 5시 출근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과도 관련이 있겠지.


달리기를 마친 뒤 집에 들어와서야 무척 힘들다는 걸 깨닫는다. 신발끈을 풀 새도 없이, 현관에서 10여 분을 가만히 서 있게된다.


무엇이 나를 분노하게 하는가. 사실, 오후 3시 45분에는 요즘 말로 '킹받는' 일이 있었다. 전화 통화도 이메일도 차단하고 작업에만 전념하고 있는 지금, 문득 확인한 업무 관련 문자 메시지 하다 때문이었다.


남 걱정은 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 있거늘, 아주 큰 행사의 주최측이 호소한  예산 부족에 공감하며 밝히기 어려울 정도의 비용을 받고 일을 하나 진행 중이다. (바로 오늘 오전 5시 사무실에 출근한 이유!) 그런데, 동일한 기관에서 내가 진행 중인 것과 똑같은 과업에 5배 가량의 예산을 책정하여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을 수배 중이라는 연락을 받은 것.


정확히는, 내가 이미 해당 기관의 일을 맡아 지난 해부터 진행 중인 것을 모르는 업계의 동료 분이 '당신의 연락처를 이쪽 기관에 전달해도 되겠느냐'는 연락을 남긴 것.


아주 다층적인 생각과 감정이 떠오르는 가운데, 20여분 가량 코 끝을 드나드는 호흡에만 집중해본다.


그래서, 무엇이 나를 분노케 하는가. 나를 분노케 하는 것은 아마도 '부당함'을 느끼게 하는 순간들이 아닐까 한다. 이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하지 못하는 기질을 타고난 탓이기도 할텐데, 1분 처럼 지나간 20분 간의 유사-명상과 중간중간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막지 않았던 한 시간 가량의 달리기를 통해 우선은 마음을 진정시켜 본다.


이 감정에 에너지를 쏟는 대신, 내일도 커뮤니케이션은 어시스턴트께 위임할 예정이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 오늘 명상과 달리기 일지 & 노트 쓰기에는 15분이 걸렸다.

* 매일 명상과 달리기를 한 지는 318일째. 달리기를 시작한 지는 35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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