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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용 Apr 01. 2021

명상과 달리기, Day 346-47

끝날 때까지 끝내기

### 명상과 달리기 Day 346-47

2021년 3월 31일 수요일, 4월 1일 목요일

새벽 명상, 밤 달리기, 점심 시간의 달리기와 산책.


숨이 차오르고, 다리가 돌덩이처럼 무겁다. 지금은 전혀 마시지 않지만, 갓 대학교에 들어갔을 때 맥주에 취해 기숙사를 향해 달려가던 생각이 난다. 기숙사가 문닫을 시각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전력으로 달렸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불과 네다섯 걸음이면 될 거리에서 한참 제자리 달리기를 하고 있었던 거다.


‘2020년을 마감하는 큰 마감’을 ‘끝날 때까지 끝내기’ 위해 오전 6시 50분애 출근을 하고, 밤을 꼬박 새면서 정오 무렵까지 일을 마친 뒤 해가 지고서도 잠들지 않았으니, 눈을 뜬 지 38시간을 좀 지난 시각에 달리기를 하려는 거다.


이것을 달리기라고 해야 하는 걸까? 글쎄, 두 발이 지면에서 동시에 떠오르는 순간이 반복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달리기라면 이것도 달리기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난 뒤 점심 시간의 달리기. 몸 상태가 여전히 완전하지 못한 탓인지, 아주 가볍게 달리기를 시작하는데 옆구리 어디 쯤에서 통증이 느껴진다.


달리기의 터닝포인트 쯤 되는 곳에서 친구를 만나서, 달리기 측정을 ‘잠시 멈춤’한 뒤 샐러드를 하나 먹고 다시 달린다. 놀랍게도, 뱃속에 음식을 채우고 달리는데도 좀 전과 같은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다.


낮이기도 하고, 이제는 날씨가 많이 따뜻해진 덕분에 - 오늘은 타이즈 없이 반바지만 입고, 또 자켓 없이 얇은 긴팔만 입고 달린다.


이제 1년이 다 되어가는 명상과 달리기. 친구를 기다리기 위해 잠시 길가 벤치에 앉아 멍하니 있었는데, 그 모습을 멀리에서 본 친구는 내가 아닌 어느 ‘건강한 사람’이 앉아있는 줄 알았다며 너스레를 떤다.


마치 가랑비에 옷섶이 젖어들듯 매일 조금씩 변화가 일어났으니 나는 잘 알아채지 못하겠지만, 종종 만나거나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은 달리기 전후의 모습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는 중론이다.


몸의 모양이 바뀌었다, 피부가 단단해진 것 같다, 전에는 가만이 있기만 해도 ‘피로 그 자체’였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런 기색이 없다, 등등.


아직 몸 상태가 온전치 않은 걸 보면 분명 밤샘의 여파가 있지만, 지구력 혹은 ‘버티는 힘’이 생긴 것만은 확실하다.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이럭저럭 50여 분을 걷듯이 달리고서 잠시 펼쳐드는 책은 기욤 드 블랑의 수필집 [달리기]. 마지막으로 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사실은 두 달 열흘 만에 펼쳐드는 책이다.


“마라톤과 장거리 경주는 여자, 남자. 장애인, 젊은이, 늙은이, 마른 사람, 뚱뚱한 사람이 모두 함께 참여하는 유일한 경기다.” (129)


“오늘날에는 달리기에서 성(sexe)이 사라졌다. 모두 함께 달린다. 무리 속에는 여자, 남자, 젊은이, 노인, 장애인들이 있고, 국경 없는 세계, 에로틱한 지각을 배제하지 않는 새로운 평화주의자의 철학의 조건을 형성한다. 1933년 말레비치가 그린 <달리는 사람>은 달리는 여자로 보일 수도 있다. 물론 기록을 담당하는 부서는 새로운 국경을 만들기 위해, 젠더의 법칙을 따라서 주자의 성을 재구축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아마도 다른 곳, 무리 속에 트랜스젠더가 되는 것 속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131)


* 오늘도명상과 달리기 일지 & 노트 쓰기에는 15분이 걸렸다.

* 매일 명상과 달리기를 한 지는 346-47일째. 달리기를 시작한 지는 1년 14-15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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