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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용 Apr 11. 2021

명상과 달리기, Day 357

시간이 사라진다.

### 명상과 달리기 Day 357

2021년 4월 11일 일요일

새벽 명상(5분?), 오전 근무 (160분) 후 자전거 이동(20분), 미술관 방문(60분), 커피와 책읽기(40분). 달리기로 귀가(40분).


어제는 알람이 4시에 울리는 걸 확인하면서 일어나서 시간을 확인했더니 5시 30분이었는데, 오늘은 4시에 알람이 울리는 걸 들으며 일어났더니 4시 40분이다. 대체 시간이 어떻게 사라진 걸까.


가부좌 대신 무릎을 모아 마치 기도하는 듯한 자세로 호흡을 골라본다. 그 사이에도 듬성듬성, 시간이 사라지는 것 같다. 어찌된 일인지 몸 안에서 나는 소리보다, 주변에서 나는 소리가 더욱 선명하게 들리는 시간이다.


마감을 앞둔 단행본 번역 작업으로 정신이 없지만, 그 와중에 리뷰 작성을 요청받은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 미술관에 들러야 하는 일도 있다. 다시 한 번, 시간을 아끼기 위해 내려야 하는 선택은 다음과 같다.


(1) 가볍게 달리기를 한 뒤 미술관에 다녀온다.

(2) 미술관에 갔다가 돌아올 때 달린다.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선택지를 올려보니, 두 번째 항목에 대한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높다. 사실 나도 어느 정도는 두 번째를 생각하고 있기도 했다. 물론, 어디에 이렇게 가방까지 매고 볼 일을 보러 갔다가 달리기로 돌아오는 일은 오늘이 처음이다.


길게 이야기할 기회가 또 있겠지만, Institute of International Visual Arts라는 곳에서 전시를 열기 위해 한 달 가량 런던에 머물렀던 적이 있다. 그때 참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가 종일 입고 있던 양복을 작은 백팩에 말아 넣고 달리기 복장으로 갈아입고선 달리기로 퇴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오늘 나는 어느 정도 그와 비슷한 모습인 것 같기도 하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미술관으로 향하는 길에 하우스메이트가 동행한다는 것. 덕분에, 돌아오는 길에는 갈아입을 신발 따위를 챙겼던 백팩은 그에게 맡길 수 있다.


4월 중순을 향해가는 지금, 정오의 햇볕 아래 달리기는 몸이 데워진다는 느낌을 안겨준다. 근육들이 하나씩 달아오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운동하기에는 나쁘지 않은 날씨다. 아직까지는.


자전거로 미술관까지 이동한 뒤 전시를 관람하고, 커피를 한 잔 마시며 잠깐 펼쳐든 책은 다시 마크 피셔의 [Capitalist Realism]. 책장을 넘길 때마다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다. 한 번 읽을 때마다 짧은 한 챕터씩을 읽기로 했고, 오늘은 제3장. “자본주의와 실재” 편이다. 


메모. 


“Hysterical demands which it didn’t expect to be met”, [라이브 8]공연(놀랍게도 1985년부터 시작되었다!)이야말로 가장 순수한 형태의 ‘시위’ 혹은 ‘저항’이다. “Caring individual”들이 문제를 해결할 거라는 (순진해보이지만 결코 순수하지 않은) 믿음. 그리고 보노와 애플이 합작해 만든 Red 제품군이 드러내 보이는 것. 즉, “all we have to do is buy the right products”라는 믿음. 그리고, 반자본주의적인 듯 보이는 영화 [Wall-E]가 수행하는 “imterpassivity상호 수동성”. 언뜻 저항적 가능성을 지닌 것처럼 보이는 내러티브를 감상하는 동안, 우리는 마치 스스로 저항을 한 것인 양 ‘느끼고’ 만다.


한편,


시간을 아껴보겠다며 자전거 이동과 달리기를 겸한 오늘. 결국 집으로 돌아와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한 뒤에는 다시 한 번 시간이 사라지는 사태를 겪고 말았다. 몸이 요청하는 휴식을 의식과 무의식이 함께 받아들인 것일테지만, 소파에 앉아 편안한 마음으로 눈을 감았다 뜨니 다시 한 번 40분이 지나있었던 것. 


* 오늘도 명상과 달리기 일지 & 노트 쓰기에는 약 17분이 걸렸다.

* 매일 명상과 달리기를 한 지는 357일째. 달리기를 시작한 지는 1년 25일째.


**오늘은 하우스메이트가 찍어준 동영상들을 @one_day_one_run 인스타그램에 계정에 함께 올려둘게요. 살펴봐주세요!



* 커피 한 잔 서포트하기 (카카오페이) 링크

** 뉴스레터 "명상과 달리기" 살펴보기 링크

*** 인스타그램 @one_day_one_run. 포스팅에 첨부하지 못한 여러 장의 사진과 영상을 함께 업데이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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