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의 배신.
### 명상과 달리기 Day 374
2021년 4월 28일 수요일
해뜰녘 모래사장 달리기, 명상
일출 시각을 정확히 맞춰 숙소 앞 해변으로 나오지는 못했지만, 모래사장에 발을 딛은 시각은 여전히 해가 수평선을 너머 올라온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다.
집 근처에 해변이 있다면 어떨까? 지난 저녁과는 달리, 아직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해변의 모래는 밟는 느낌이 좀 다른 것 같다 (혹은 왠지 그런 것 같은 ‘기분’ 뿐인지도 모른다).
아주 가볍게, 무리한다는 기분 없이 1 킬로미터를 조금 넘게 달려본다. 지난 저녁 8킬로미터 가량 해변을 따라 걷고 달리며 평소 쓰지 않았던 근육을 쓴 탓에, 익숙지 않은 부위에서 경미한 통증이 느껴지기도 한다.
짧은 1박 2일간의 휴가 중 가장 즐거운 일 중 하나는, 타이머를 켜두지 않은 채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 덕에 1월 말에 읽기 시작한 [마음챙김의 배신McMindfulness]을 완독.
어디 한 군데 허투루 스칠 부분이 없는 이 책에서, 충격에 가까운 부분은 1930년대 일본의 암살범들이 ‘마음챙김’으로 살인의 의지를 다졌음을 보여주는 법정 증언을 인용한 내용이다.
“참선 수행을 시작하고, 삼매 상태에 들어섰습니다. 난생 처음 경험하는 것 같았습니다 .영혼과 내가 합일되는, 완전히 합일되는 느낌이 들었고, 명상 자세로 앉아 눈을 반쯤 감았다 떴을 때 향에서 연기가 피어올라 천장에 닿는 모양을 알아차렸습니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날 밤 [살인을] 실행할 수 있겠다고 말입니다.” (241)
실상 마음챙김을 통해 ‘현재를 알아차리는 것’은 명상의 여러 단계 중 하나에 불과할 뿐임을 주지해야만 한다. 물론, 하루에도 엄청난 정보의 흐름 속에 휩쓸려 가지 않기 위해 애쓰는 와중에는 지금 이 순간의 감각을 붙잡는 것조차 쉽지 않다.
모래사장에 가부좌를 틀고 떠오르는 해를 향해 앉아 해본 생각 중 하나다.
* 오늘 명상과 달리기 일지 & 노트 쓰기는 약 10분 가량이 걸렸다.
* 매일 명상과 달리기를 한 지는 374일째. 달리기를 시작한 지는 1년 42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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