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덕트 디자이너 다희의 「규칙 없음」 독후감
퍼블리의 신규입사자는 온보딩 기간 중 2권의 책을 필수로 읽고 독후감을 작성해야 합니다. 한 권은 「자기경영노트」이고, 한 권은 「규칙 없음」입니다.
퍼블리 팀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태도의 맥락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책으로 선별했는데요. 2권의 책을 읽고서 신규 입사자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독후감을 통해 팀에 공유해 주면, 매니저와 기존 팀원들도 독후감을 읽음으로써 신규 입사자의 스타일과 생각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서로간의 초반 싱크를 맞추는데 굉장히 중요한 장치로써, 온보딩 기간 중 독후감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요.
이런 배경 속에서 독후감을 작성하다보니, 다들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정말 솔직하게 공유하는 글들이 팀 내부에 많이 쌓이고 있는데요. 일하는 사람이자 팀 플레이어로서의 인사이트들이 많이 담겨 있어, 퍼블리 팀원들이 쓴 독후감이 팀 외부의 많은 분께도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브런치를 통해 공유합니다!
오늘 공유해 드릴 독후감은 프로덕트 디자이너 다희의 「규칙 없음」 독후감입니다.
책을 펼치고 몇 페이지를 넘기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2002년 블록버스터의 규모는 우리의 100배였다. 그러나 2010년, 블록버스터는 파산을 선고했다.’ 기업 가치가 50억 달러에 달하는 블록버스터가 살아남지 못한 데에는 수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나, 이 책은 그 수 많은 이유 중에서도 하나를 콕 집어 말한다. ‘블록버스터는 DVD 대여업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로 넘어가는 변화의 물결에 적응하지 못했다.’ 고. 동의하는 바이다. 그러나 그처럼 커다란 규모의 기업이 변화하는 시장의 흐름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라곤 생각되지 않았다. 알고 있음에도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왜일까. 의문에 대한 답은 책을 완독한 후 절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이 넷플릭스가 지구상 가장 빠르고 유연한 기업을 고집하는 이유이리라.
나비의 날갯짓에 폭풍우가 몰아친다는 말이 있다. ‘회의 중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하는가’와 같은 작은 고민과 태도의 점 하나 하나가 모여 제도라는 면을 만들고, 기업을 만든다. 그리고 이는 50억 달러의 기업마저 파산에 이르게 하는 폭풍우로 발전할 수도 있고,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혁신을 불러일으킬 반향이 될 수도 있다. 블록버스터가 그러했고, 넷플릭스가 그러했듯이.
넷플릭스는 블록버스터엔 없는 것을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쓰면서도 ‘가지고 있다’는 표현이 맞는 것인지 조금 헷갈리기는 한다. 책의 제목처럼, 말 그대로 규칙을 없애고 맥락으로 사람을 이끌되, 이것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라는 것이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인재 밀도는 소위 말해 ‘뛰어난 인재’로만 팀을 구성하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2001년 인터넷 버블이 꺼지며 위기를 맞이한다. 이 때문에 인사 구조조정을 해야만 했다. 성과가 좋고 능력이 뛰어난 직원은 잔류했으며, 나머지 인원은 방출되었다. 여기서 내가 놀란 점은 ‘능력이 없고 태도가 불량한’ 직원뿐 아니라 ‘큰 성과는 없으나 평범한 직원’ 또한 방출의 대상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넷플릭스는 자금난으로 이 같은 결정을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넷플릭스가 해고한 인원이 40명이다. 잔류한 인원이 80명이었으니 구성원의 3분의 1이 해고된 셈이다. 대규모 인사 구조조정이 지나간 회사의 분위기가 과연 발전적일 수 있을까, 책의 초반을 읽으며 나는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내 예상과 달랐다. 남은 인원은 모두 성과가 뛰어나고 비범한 인재들이었으므로 자연스레 인재 밀도가 형성된 것이다. 물론 해고를 통보한 날, 회사의 분위기는 끔찍했으나 몇 주가 지나며 분위기는 눈에 띄게 안정되었고 오히려 사무실은 열정과 에너지, 아이디어들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고 한다. 일이 늘어났음에도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고 넷플릭스의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말한다.
태도는 전염성이 강하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직장에 근무하며 톡톡히 느꼈던 사실이다. 책에서는 조금 다르게 이야기한다. ‘성과는 전염된다.’는 것이다. 이 한 문장이 인재 밀도의 모든 것을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잘’하는 동료와 함께하는 것은 그 자체로 작업에 대한 열정의 불씨를 퍼뜨린다. 이에 그치지 않고 나 또한 그런 동료가 되고 싶다는 의지마저 생기게 한다. 비범한 동료가 곧 하나의 복지라는 것에는 이견 없이 동의하는 바이다.
하지만 인사, 특히 해고와 같은 민감한 문제가 엮인다면 이야기는 쉽지 않아진다. 책의 공동 저자인 에린 마이어는 성과가 좋은 직원은 남기고, 이 외에는 페어웰한다는 넷플릭스의 인재 밀도 방침을 두고 <두려움 없는 조직, 에이미 에드먼슨>을 인용하여 ‘심리적 안전’에 대한 우려를 표한다. 나 또한 ‘인재 밀도’가 말하는 이론을 납득하면서도 에린 마이어와 같은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완독 후, 이 같은 걱정은 어느 정도 표백되었다. ‘Farewell’은 근무자를 겁박하고 압박하기 위한 도구가 아님을 이해한 덕분이었다. 더군다나 페어웰에 대한 걱정은 실상 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인이라면 숙명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허상 같은 걱정에 매달려 전전긍긍할 시간에,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낫다. 노력에 대한 평가는 피플 매니저의 피드백을 통해 확인하면 되는 것이다. 근무자가 어떠한 기준도 정보도 없는 상태로 작업에 투입되고, 일방적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면 ‘페어웰’은 무척 두렵게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나, 「규칙 없음」에서는 정보의 투명성, 피드백에 대한 열린 태도를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 또한 ‘심리적 안전’에 대한 우려를 덜어주었다. 꾸준한 피드백을 통해 더 효율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임을 재차 상기하게 되었다.
인재 밀도를 높이고, 불필요한 규정과 프로세스를 줄이고, 회사의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이 모든 것은 결국 ‘자유와 책임의 문화’로 가기 위해 차곡차곡 단추를 채우는 것과 같다. 이 문화에 완벽히 융화되기 위해선 회사를 아우르는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몹시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규칙 없음>을 읽는 중 가장 공감이 가고 흥미로웠던 내용이다. ‘맥락의 이해’는 ‘효율의 극대화’와 동일하다고 느껴졌다. 나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이렇다.
한 달 가량 퍼블리에 근무하며 태스크를 진행하는 중 사소한 디테일에 애먼 리소스를 낭비하며 매달린 날이 있었다. 물론 이러한 사소함이 중요하게 작동하는 태스크가 있을 수 있다. 그런 때엔 디테일을 고심하고 고민하는 것이 올바르다. 하지만 선제 구분 없이 매달리는 것은 그저 불필요한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
“이 부분은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니 조금 더 중요한 것에 중점을 두고 작업을 진행하시면 될 것 같아요.”와 같은 피드백을 받았을 때, “아차” 하는 탄식이 머리를 스쳤다. 왜 이렇게까지 고민했을까, 그제야 스스로 만든 낭비의 굴레를 인지한 것이다. 모르는 새에 주객이 전도된 상황을 깨닫고 나서는 곧바로 맥락을 짚었다.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을 이 책은 알려주고 있다. 기업에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업무를 진행한다는 맥락을 상기하면 낭비는 순식간에 줄어든다.
그리고 퍼블리의 ‘모든 것이 공개된 기업 문화’는 스스로 맥락을 짚어내기에 아주 용이한 도움을 준다. 유기적으로 연결된 각 트라이브 목표와 전사 차원의 목표를 상기하고, 알맞은 맥락을 알기 위해 스스로 찾아보지 못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피드백을 받은 이후에 곧바로 떠올랐던 ‘규칙 없음’의 ‘맥락’ 덕분에 어떤 태도로 업무에 임해야 하는지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구절이 있다. <피드백의 방법, 4A>인데, 개인적으로 속이 뻥 뚫리는 듯해 북마크에 형광펜까지 칠해 둔 부분이다.
피드백을 줄 때
Aim to assist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하라)
Actionable (실질적인 조치를 포함하라)
Adapt (각색하라)
피드백을 받을 때
Appreciate (감사하라)
Accept or discard (받아들이거나 거부하라)
일전 회사에 근무하며 가장 난처하고도 숙연해지는 때는 피드백을 주고받는 때였다. 긍정적인 피드백일 경우엔 문제 될 것이 전혀 없다. 오히려 이때는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기 마련이니까. 요는,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고받아야만 할 때이다. 얄궂게도 ‘고쳐야 하거나’ ‘뒤집어 엎어야 할’ 피드백을 주고받았을 때 성과가 더 올라가는 것을 경험한 바가 있다. 결함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기에 좋은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보다는 부정적인 말을 하고, 들어야만 할 때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해왔으나, 이 때에 어떤 식으로 말을 꺼내고 받아들여야 할지 늘 고민해왔다. 이 책에서는 피드백의 방향과 수용의 태도를 마치 지침처럼 짚어준다. 그리고 이 또한 모든 것이 맥락에 따라 기준하고 있다. 정제되지 않고 머리를 떠돌던 고민거리가 단박에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든 생각은 여럿 있었으나 정리하자면 간단했다. F&R, 그리고 이해. 누군가는 굳이 그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하느냐 터부시할지도 모를 사소한 부분까지 기업 문화를 토대로 행동해야 하고, 이는 철저한 이해를 기반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와 책임은 마치 이인삼각 달리기를 하는 발목이 묶인 두 사람 같다. 어느 하나라도 소홀해진다면 금방이라도 고꾸라질 것만 같은 것이 닮았다. 때문에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에게 주어진 자유는 어린아이의 손에 쥐어진 권총과 다르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감상이 들었다. 자칫하면 폭풍우를 몰고 오는 나비의 날갯짓이 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거대한 자연의 모든 생물체는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와 비슷하다. 일견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하찮은 벌레조차도 제 역할을 다하기에 세상이 유지되는 것이다. <규칙 없음>에 나오는 F&R에서도 비슷한 감상을 받았다. 한 명 한 명의 조직원은 하나의 톱니바퀴와도 같다. 이 유연하고도 효율적인 문화가 제대로 된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모든 톱니바퀴가 완벽하게 맞물려 돌아가야 할 것이다. 모든 구성원이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동시에 같은 목표를 향하되, 각자의 자리에서 자율적으로 행동하기 위해선 회사의 맥락에 대한 완벽한 이해는 필수다.
규칙이 없을 때 가장 이상적이고 효율적으로 기업의 사이클이 돌아가는 환경이 구성된다는 것. 이 역설적인 모순이 가져다주는 효율성이란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시장의 혁신을 창출해내는 여정에 합류한 팀원이라면 조직의 톱니바퀴로서 얼마나 세차고, 빠르게 굴러갈 것인지를 항상 고민하고 점검해야겠다는 긴장감과 함께 성과를 저해하는 인재가 되지 않도록 늘 경계해야 할 것이라는 다짐을 갖게 되었다. 무엇보다 자신을 홀로 점검하지 않고, 피드백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신뢰는 반복으로 형성된다. 귀를 열고, 수용하여 발전하자. 나 또한 신뢰를 줄 수 있도록. 동료들과 걷는 방향이 달라지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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