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조차 후회하더라도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에서 올리버와 클레어는 은퇴한 로봇으로, 각자의 거주공간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그들은 한때 집안일을 돕는 헬퍼봇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최신 버전 로봇에게 밀려나 주인 곁을 떠난 상태였다. 클레어는 상처받았고 사람의 마음을 기대하지 않지만, 올리버는 자신을 친구로 대해준 전 주인 제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각자의 공간에서 나름의 행복을 누리며 살았던 그들은 서서히 '자율적인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그들은 행복했지만 자신들의 수명을 알 수 있는 로봇이기에 마지막 순간이 다가옴을 선명히 느꼈다. 구 버전의 로봇 부품은 더 이상 생산되지 않으니 낡아가는 몸은 더 이상 고칠 수 없었다. 혼자 여도 씩씩했던 올리버는 더 이상 클레어 없이는 행복할 수 없었고, 곧장 전원이 꺼져도 아쉬울 것 없던 클레어는 혼자 남을 올리버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아픔을 견딜 수 없던 그들은 사랑의 시작조차 후회하게 되었다. '이 아픈 것을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 걸까.'라는 대사에 마음이 먹먹해졌다.
남은 수명을 모른다뿐이지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만나 마음을 열고 서로를 마음에 들이는 게 사랑이다. 그 사랑으로 아플 수도 있는데도 멈출 수 없는 걸 보면, 사랑을 물이나 불에 뛰어드는 것으로 비유하는 게 딱 맞아 보인다. 후회하기 싫다면 사랑만큼은 시작하지 말아야 하는데도 재채기처럼 참을 수 없으니 신기하다.
어떤 말을 할지 말지 고민이라면 하지 말고, 어떤 일을 할지 말지 고민이라면 하라는 명언이 있다. 그 말을 하지 말고 참았어야 했다는 후회, 시도하고 싶던 일을 포기한 것에 대한 후회가 떠오른다. 후회하지 않으려면 상처 주는 말은 참고 사랑을 표현하는 따뜻한 행동은 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결국 클레어와 올리버의 ‘어쩌면, 해피엔딩'을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