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공무원의 퇴사: 결국 그가 떠났다

평생 공무원일 수는 없으니까

by 영샘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공무원이 공직을 떠났다. 그 어떤 장관이나 시장이 사퇴한다고 해도 이렇게 시끄러울 수는 없을 것이다. 그의 결정 그 자체보다 그 배후에 어떤 사정이 있었을까, 입방아를 찧느라 다들 바쁘다. 정치적이고 계획적인 행보라는 분석부터, 남 잘되는 것을 못 보는 공직 사회의 이면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노까지 갖가지 추측이 쏟아진다. 그 여파로 충주시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97만 명에서 75만 명까지 급감했으며 이탈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능력이 출중한 사람이니, 그의 다음 행보를 알 수는 없지만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결정을 했으리라고 본다. 다만, 불확실성 속에 충주시부터 모든 공직 사회까지 싸잡아 욕을 먹는 것은 염려스럽다. 그 또한 그런 복잡한 마음으로, 본의 아니게 동료에게 미친 파장에 힘겨워할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유튜브에 입장문을 올렸을 텐데, 그 글마저도 누가 시킨 것일 것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이래나 저러나 논란이 쉽게 사그라들 것 같진 않다.

김선태 작가 북콘서트(2024년 3월)


2년 전 「홍보의 신」 출간 기념 북콘서트에서 김선태 작가를 만났다. 유튜브 영상에서 본모습과 똑같은 외모와 말투가 오히려 인상 깊었다. 그는 아이디어가 넘치면서도 내성적인 성격의 진중한 사람이었다. 또한 자신의 주관이 뚜렷하고 여러 반대에도 신념대로 일하는 지혜를 아는 사람이었다. 충주시 공무원으로서, 자신의 고향이라 잘 아는 충주시를 알리기에 빛을 발하는 것이라며, 다른 기관/기업을 이만큼 잘 홍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그는 겸손하게 말했다.


책 앞장에 사인을 받으면서 그에게 “저도 공무원이에요!”라고 말했는데 반응이 미적지근했다. 억지로 꾸며내지 않는 무덤덤한 반응이 오히려 더 현실적인, 나와 비슷한 공무원 같아서 더 친근감이 들었다. 근무 중인 지자체와 거주 중인 지역의 지자체 유튜브 채널은 들어가 본 적이 없지만, 나는 충주시 유튜브 채널만큼은 구독자로서 묵묵히 응원했다. 실제로 그의 책에 동봉된 ‘홍보맨 추천 찐 충주 여행 지도’를 참고하여 충주로 가족여행을 다녀온 적도 있다.

충주맨 추천 여행지, 충주 활옥동굴(2024년 6월)


그가 더 이상 나와 같은 직업군에 속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다소 서운했으나 이제는 응원하고 싶다. 어찌 되었든 그가 남긴 궤적은 실로 대단하니 말이다. 그는 모든 국가기관이 홍보에 실패했으니 거기서 방법을 찾았다고 했다. 그저 단순하게 저 실패 사례들처럼만 하지 않으면 성공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고, 즉각 적용했다. 그렇게 그는 공공기관 홍보 역사에 큰 획을 그었고 자신만의 브랜딩을 확고하게 구축했다. 게다가 가장 뜨거울 때 떠나는 용기 있는 마무리까지 보여줬다. 이로써, 많은 공무원에게 롤모델로 삼고 싶은 행보를 보여주었다.


100세 시대에서 평생 공무원일 수는 없다. 자신의 희망(의원면직 또는 명예퇴직)이 아니더라도, 정년퇴직으로 공직을 떠나야 하는 때가 언젠가는 온다. 식약처 연구직 공무원을 그만두기로 결심했을 때, 나는 ‘공직약사’라는 이름을 유지하기로 선택했기에 지자체 소속 약무직 공무원이 되었다. 이제는 이 자리 이후 어떤 이름으로 불리고 싶은지에 대한 사색을 시작했다. 공무원이라는 껍데기를 내려놓았을 때 나를 정의할 수 있는 그 무언가가 남아있어야 하니까.


가장 먼저 그 이름으로 ‘작가’를 떠올렸다. 퇴직 후에 나는 약사님보다 작가님이 되고 싶다. 그렇기에 나만 쓸 수 있는 글감의 콘텐츠를 끊임없이 찾아 오늘도 이렇게 글을 쓴다. 어쩌면 2년 전 만난 김선태 작가에게서 영감을 얻었을 수도 있겠다.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미래의 보험이 되는, 아무도 뺏을 수 없는 콘텐츠를 갖고 브랜딩을 확립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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