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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레닌의 꿈

러시아 여행기 -11

by 박희성
image_7574223531528977301734.jpg?type=w773 레닌의 묘

붉은 광장에는 레닌의 묘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소련이라는 거대한 거인을 만든 레닌은 죽어서도 크렘린 궁의 성벽 아래에서 사회주의 선전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언제나 두 세명의 경비가 지키고 있는 레닌의 묘는 오전 10시부터 입장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천천히 붉은 광장을 구경하다 줄을 섰습니다.

30분 가량 기다리는데 많은 사람들이 제 뒤를 이어 줄을 섭니다.

들어갈 시간이 되니 50m 정도되는 줄이 생겼습니다.

미리 줄 서 있기를 잘 했네요.

니콜스카야 탑 아래에 위치한 살벌한 금속탐지기와 짐 수색을 지나 사람들을 따라가니 크렘린 궁의 벽을 따라 명패가 가득합니다.

소련과 러시아의 위인들만 들어갈 수 있는 크렘린 벽 묘입니다.


레닌의 묘에 들어서니 열 걸음 간격으로 군인들이 삼엄하게 경비를 서고 있었습니다.

이유 없이 몸이 움츠러들었습니다.

당당한 척 묘 안으로 내려가려 하니 한 군인이 저를 불러 세웁니다.

놀란 토끼눈을 하고 경비에게 갔더니 제 모자를 가르킵니다.

황급히 모자를 벗어 주머니에 넣고 다시 천천히 이동했습니다.

지하로 점점 내려갈수록 수 많은 사람들의 숨소리조차 조용해졌습니다.

그리고 죽어있는 레닌 앞으로 도착했습니다.

사회주의라는 붉은 물결을 세상에 끌고 나온 20세기 역사를 뒤 흔든 레닌이 제 두 눈앞에 잠들어있었습니다.
저 같은 관광객들에겐 단순한 구경거리가 된 레닌은 사실 유언으로 어머니가 잠든 상트페테르부르크에 함께 묻어달라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레닌의 뒤를 이어 서기장이 된 스탈린은 레닌의 인기를 그대로 사라지게 하기 싫었습니다.

스탈린은 레닌을 방부처리 하여 그의 인기를 그대로 사회주의의 선전을 위해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레닌은 어머니 옆에서 잠들지 못하고 이렇게 붉은 광장 아래에 잠들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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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의 꿈을 뒤로 하고 밖으로 나오니 역대 서기장들의 흉상이 있습니다.

그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찍는 사진의 흉상은 단연 스탈린입니다.

수 많은 사람들을 학살하고 우리나라에는 역사상 가장 슬픈 전쟁인 한국전쟁의 장본인으로 알려진 스탈린은 사실 레닌과 함께 방부처리 되어 안장되었지만, 4대 서기장 흐루쇼프에 의해 밖으로 끌어내졌습니다.

한때 전 러시아인들의 환호를 받고 소비에트라는 거대한 연방을 만든 레닌은 지금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요.

현재는 버려진 사회주의를 꿈에서나마 낙원을 이뤄 그가 원하던 세상을 만들었을까요.
레닌, 그리고 사회주의.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이제 밝혀졌지만 그가 진정으로 원했던 모든 노동자의 행복한 삶은 아직도 우리가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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