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행기 -12
러시아의 상징을 하나 뽑으라면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바실리 성당입니다.
알록달록하고 둥근 지붕이 상징인 바실리 성당은 러시아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익히 잘 알고 있지요.
바실리 성당은 붉은 광장의 남쪽에 있기 때문에 광장 어디에서나 저 알록달록한 지붕을 볼 수 있습니다.
레닌의 묘에서 나와 바실리 성당을 보러 갔습니다.
한 무리의 동양인 관광객이 바실리 성당 앞에 무리지어 있었습니다.
가만보니 한국인들입니다.
타지에서 만나 반가운 마음에 옆에 가서 쭈뼛거려봤습니다.
가이드가 마침 바실리 성당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었습니다.
게임 테트리스의 배경으로 유명한 바실리 성당은 러시아가 몽골의 지배를 벗어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지어진 성당이었습니다.
징기스칸의 몽골이 유럽 전역을 휩쓸 당시 러시아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키예프 공국으로 겨우 나라의 모습을 하고 있던 러시아에 몽골은 괴물과도 같았지요.
15세기가 되어 러시아 쪽을 지배하던 킵차크 칸국을 이반 3세가 물리쳤고,
이후 몽골의 마지막 후예 카잔 칸국을 점령한 이반 4세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바실리 성당을 지은 것이었습니다.
이반 4세는 바실리 성당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성당의 설계자의 눈을 뽑아 없앴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바실리 성당의 설계자는 이후에도 유럽 여기 저기에서 많은 건축물을 남긴 기록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반 4세의 악명과 아름다운 바실리 성당이 만든 전설일 뿐입니다.
바실리 성당의 특징은 둥근 양파모양의 지붕입니다.
이 지붕의 모양은 기도하는 손 모습이라는 설이 있고,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의 특성 때문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가이드가 이 말을 하자 모든 사람이 손을 바실리 성당의 지붕 모양으로 말아 올립니다다.
저도 원래 옆에 있던 것 처럼 손을 말아 올려 비교해보았습니다.
어떤 설이 맞는지는 모르지만 둘다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가이드는 사람들에게 이제 주변을 돌아보고 몇 분 까지 어디로 모이라는 말을 합니다.
초대받지 못한 저는 이제 떠날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