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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성 Jan 19. 2020

크로아티아 예찬

크로아티아 여행기 -18

 여행의 권태감을 극복해준 크로아티아에서의 마지막 날이 저물고 있습니다. 자그레브의 아기자기한 유화같은 마을, 플리트비체의 웅장한 자연의 4중창, 자다르의 석양, 스플리트의 로마의 향기를 지나 두브로브니크의 아름다운 성곽까지 크로아티아에서 있던 모든 나날들은 행복하기만 했습니다.



 성곽 안에서 마지막 식사를 마무리하고 성곽 밖으로 나갔습니다. 점점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보기 위해 어디로든 발이 닫는 곳으로 떠나려 했는데, 하필 마지막 날 저녁 비가 내립니다. 그래도 노을이 지는 방향으로는 아직 맑은 구름이 가득해 점차 퍼지는 노란 빛깔이 아름답습니다. 기하학 도구처럼 생긴 이 나라는 해가 지는 서쪽 해안으로 길게 뻗어 있어서 해안을 따라 생긴 모든 도시에서 석양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히치콕이 감탄한 자다르의 노을 뿐만 아니라 두브로브니크의 야경도 아름답습니다.


 사실 그동안은 여행을 하며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습니다. 비싼 돈을 주고 비행기 타고 고생하며 역마살 걸린 장돌뱅이 마냥 무거운 짐을 끌고 다니면서 힘들고 외로운 나날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내 선택에 대한 후회가 없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스스로도 후회하는 삶에 대한 자기 세뇌를 위해 이 모든 사실을 감추고 밝은 모습만 꺼내 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속으로는 곪아 있었나 봅니다.


 크로아티아에 들어오기 직전 헝가리에서 느낀 여행의 권태를 이 나라에서 드디어 모두 뿌리쳤습니다. 발 딛는 모든 순간이 행복했고, 아름다운 자연의 장관을 보며 진정한 탄성을 질렀습니다. 아름다움이란 바로 이런 것이었습니다. 행복한 척 할 필요 없이, 크로아티아에서 머무른 모든 날이 있는 그대로 행복이었습니다. 그동안의 어떤 나라보다 아름답고 행복한 나라입니다.


 지금까지 벌써 아홉 번째 나라를 지나왔습니다. 드디어 열 번째 나라로 향합니다. 열 번째 나라는 이름도 생소했던 몬테네그로라는 나라입니다. 아침 일찍 짐을 싸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크로아티아의 내리 쬐는 태양이 마지막으로 달려가는 여행의 행운을 빌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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