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행기 -14
러시아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문학인은 다름아닌 푸쉬킨입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시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푸쉬킨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사랑은 엄청납니다.
러시아인이 뽑은 역사상 위대한 인물 에서도 도스토옙스키, 레닌 등을 꺾고 4위를 차지했지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마타주 미술관과 더불어 러시아를 대표하는 푸쉬킨 박물관은 본명이었던 알렉산드로 3세 기념 박물관에서 푸쉬킨 사망 100주년때 푸쉬킨 박물관으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푸쉬킨 박물관에는 러시아 뿐만 아니라 전 유럽의 역사를 가득 품고 있는데,
특히 본관에는 미술 작품뿐만 아니라 고고학에 관한 여러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평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수 많은 사람들이 푸쉬킨 박물관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 있었습니다.
아니 줄이 박물관 밖을 빠져나와 대로변까지 이어져 있었습니다.
너무나 긴 줄에 기다리기 지친 저는 줄을 빠져나와 다른 곳을 먼저 돌아보려 했습니다.
가까운 거리에 푸쉬킨 박물관의 웅장한 입구에 비하면 조그마한 문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는 것이 보입니다.
흥미로워져서 건물에 써 있는 글자를 번역기로 돌려보니 19-20세기 유럽과 미술 갤러리라고 써 있습니다.
푸쉬킨 박물관의 수 많은 전시 작품들로 인해 19세기 낭만주의부터 20세기 피카소의 입체주의의 변천사까지의 유럽 미술들은 별관인 이곳에서 전시되어 있던 것이었습니다.
푸쉬킨 박물관 본관은 못들어갔어도 여기는 보다 적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쉽게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 첫 전시장에서 처음 만난 작품은 다름 아닌 고갱의 타히티에서의 작품들입니다.
고갱 뿐만이 아니라 모네, 세잔, 고흐, 마티스 등 정말 프랑스나 영국에서만 볼 수 있을것 같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19세기 러시아의 부호였던 세르게이 슈킨과 이반 모로조프는 예술품에 조예가 깊었는데 이들은 당시 프랑스에서 유행하던 인상주의 작품을 중점으로 수 많은 작품들을 수집했습니다.
때문에 세르게이 슈킨과 이반 모로조프의 저택에는 수 많은 예술 작품들이 가득했었는데,
소비에트 혁명때 정부에 의해 모든 작품들을 몰수당했습니다.
이후 이들이 수집한 작품들은 이 곳 박물관과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박물관으로 이관되고 이렇게 우리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특히 세르게이 슈킨은 무명이었던 마티스와 피카소를 지원해준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마티스의 작품들과 마티스가 사용하던 유화 판 등이 전시되어 있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피카소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특히 피카소는 1910년 이전과 이후의 작품들이 함께 전시되어 있는데,
입체주의가 나타나는 시점을 기준으로 똑같은 화가라 믿을 수 없는 작품 간의 차이를 구경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미술 작품들을 감상하다 보니 배가 고파집니다.
1층에 있는 카페겸 식당에서 간단히 밥을 먹고 오늘의 일기를 쓰려 갔더니 생각보다 사람이 많습니다.
그동안 수 많은 책에서 글자로만 먹어본 포리지가 메뉴판에 있습니다.
푸쉬킨 오믈렛이라는 것과 포리지를 주문했는데 러시아어로 저에게 무언가를 말합니다.
영어로 말해달라는 말도 통하지 않고 러시아어는 더욱 알아들을 수 없어서 오케이만 반복하고 말았습니다.
검은 접시에 담겨온 푸쉬킨 오믈렛은 감자와 햄을 썰어 계란과 섞고 그 위에 치즈를 올려 구어낸 요리입니다.
위에 뿌려진 향신료는 향이 독특합니다.
로즈마리도 아니고 고수도 아닌 새로운 향신료였는데 러시아에서 유명한 '딜' 이라는 향신료입니다.
러시아 뿐 아니라 많은 유럽에서 사용하는 유럽 토속 향신료라고 합니다.
이후 한달 간의 동유럽 여행동안 수도 없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포리지라는 음식은 처음 만나봤는데, 다른 말로는 오트밀입니다.
소설 <해리포터>에서 많이 들어본 음식입니다.
서양에서 아침으로 많이 먹는 귀리로 만든 죽이었는데,
밋밋한 맛이라 자극적인 제 입맛에는 그닥 맛있지는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소금과 설탕으로 간을 하며 겨우 먹어 치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