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행기 -17
두 문학 거인들을 만나고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으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은 멀리서도 금빛 돔이 빛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금빛의 성당의 종소리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러시아 역사에는 빼 놓을 수 없는 두 차례의 대규모 승전이 있습니다.
하나는 나폴레옹의 침략을 물리친 조국 전쟁이고,
다른 하나는 2차 세계 대전 당시 히틀러의 나치 독일을 물리친 대 조국 전쟁입니다.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은 나폴레옹으로부터 러시아를 지킨 조국 전쟁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지은 성당입니다.
무려 103m의 높이를 자랑하는 이 건물은 정교회 성당 중 가장 높은 건물입니다.
그에 걸맞게 가까이서는 그 웅장한 크기를 한 눈에 담기 어렵습니다.
저 멀리서부터 보이는 아름다운 성당의 금빛 돔은 모스크바의 정교회 신도들의 자랑이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성당은 사실 1931년 스탈린에 의해 다이너마이트의 폭염으로 사라졌었습니다.
마르크스의 유명한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는 말처럼 스탈린의 눈에는 정교회가 눈에 가시였는데,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함을 선전할 겸 이 곳을 폭파하고 소비에트 궁전을 지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궁전 공사가 착공한 직후 히틀러의 침공이 일어났고,
궁전 계획은 유야무야 되어버려 한동안 궁전이 아닌 야외수영장으로 전락했습니다.
이후 소련이 무너지고 2000년 8월, 다시 지금의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아름다운 모든 것은 수난을 겪듯이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도 굴곡 끝에 다시 지금의 웅장함으로 정교회 신도들에게 돌아온 것입니다.
성당 내부는 촬영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런 아름다움을 보고 싶으면 직접 성당의 품으로 오라는 뜻인가 싶습니다.
경건한 마음으로 입구에서 성호를 긋고 수 많은 신도들이 들어갑니다.
저도 그들과 함께 안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처음 성당에 발을 딛고 앞을 보면 웅장한 프레스코 화가 방문객들을 맞이합니다.
신도들은 이콘을 마주할 때 마다 성호를 긋고 입을 맞춥니다.
이콘은 기독교에서 성스러운 그림을 말하는데 정교회에서는 그 의미가 다릅니다.
다른 개신교나 가톨릭보다 더욱 신성하게 여겨지는데,
특히 러시아에서는 러시아가 위험할 때 하나님이 러시아를 지켜주신다고 믿으면 그 힘을 발휘한 것이 바로 이콘입니다.
그래서 오전에 들렸던 카잔 성당이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카잔 대 성당처럼 이콘을 위해 만든 성당들도 많습니다.
벽면과 천장에 있는 그림들은 저와 같은 이도교들에게도 신에게 다가가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정 중앙에 있던 하나님, 아기예수 그리고 세 천사가 아래를 향해 손가락을 뻗고 있는 그림은 위압감을 줍니다.
이곳에 온 신도들은 저와 달리 이 그림을 보고 신이 자신을 지켜주신다는 위안을 얻을테고,
비 신도들은 저와 같은 기분일 것입니다.
밖으로 나오니 성당 안쪽만 화려하고 아름다운 성당이 아니었습니다.
밖을 장식하고 있는 부조들도 백색의 대리석을 배경으로 화려하게 성당을 빛내주고 있습니다.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 뒤로 이어져 있는 다리로 모스크바 강을 건너가며 걷다보면 수 많은 사람들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강을 배경으로 보이는 크렘린 궁전도 아름답지만 더욱 이 다리를 아름답게 해 준 것은 성당을 배경으로 웨딩 사진을 찍고 있던 커플이었습니다.
성당을 배경으로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던 이 부부는 이따금씩 사진을 볼 때마다 신의 가호를 받는 행복한 삶을 생각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