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행기 -26
상트 페테르 부르크에 도착했습니다.
휴대폰에 있는 지도를 보니 숙소까지 5분 거리입니다.
금방 도착하겠다 생각해서 넵스키 도로의 해 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구경하며 천천히 이동하였습니다.
북적거리는 도로와 달리, 하늘은 고요하게 잠들고 있었습니다.
지도가 알려주는 대로 와 보았지만, 어디가 숙소의 입구인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건물 앞쪽에 올라가는 계단이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러시아는 건물의 대문으로 들어가면 안에 수 많은 입구가 각각 따로 존재합니다.
모스크바의 숙소에서는 대문에 게스트하우스라고 써 있어서 이렇게 헤메지 않았나 봅니다.
처음 마주치는 길 잃은 상황에 답답하기만 합니다.
주변을 괜히 몇 바퀴씩 돌아다녀봐도 어디에도 제 호스텔을 써 있지 않습니다.
해는 저물어 어두워졌고, 낯선 도시의 두려움이 찾아옵니다.
하는 수 없이 처음으로 지나가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 보기로 큰 결심을 했습니다.
덩치 크고 험악한 인상의 사람들이 가득한 방에 혼자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냥 말을 거는 것 뿐 인데 두려움이 앞섭니다.
솔직히 남자 러시아인은 괜시리 무섭고, 여자에게도 말 걸기 힘듭니다.
누구에게 말을 걸어야 하지 고민하는데 한 할머니가 지나가십니다.
번역기를 꽉 쥐고 조심스레 말을 겁니다.
"쁘라스찌쩨.(러시아어로 실례합니다.)"
낯선 동양인이 말을 거니 할머니도 살짝 놀란 눈치입니다.
러시아어로 번역한 주소를 찾아달라는 말을 보여드리니 안경을 꺼내 쓰고는 천천히 읽어보십니다.
이 순간이 마치 영원같이 숨이 조여옵니다.
목에 침이 꿀꺽 넘어가기 직전, 할머니는 바로 옆을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를 한 명 잡습니다.
그리고는 서로 말을 나눕니다.
하지만 눈치를 봐 보니 이 분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할머니는 굴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다시 물어봐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남자는 저에게 영어로 길을 알려주었습니다.
드디어 길이 나왔습니다.
드디어 긴장이 풀리고 두 사람에게 고맙다고 연신 감사의 인사를 남기고 대문을 통해 들어갔습니다.
이곳이 맞나 우물쭈물 거리는 저를 보고 남자는 직접 대문의 벨을 눌러줍니다.
드디어 숙소에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여행의 요정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쓰바씨바(러시아어로 감사합니다.).
여행 중 처음으로 가진 제 공간이었습니다.
급하게 잡은 숙소인 탓에 조금 비싸지만 1인실을 잡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고 하루 종일 캐리어를 끌고 이동하다보니 평소보다 더욱 피곤합니다.
오늘은 숙소 찾아온 것으로 대견하다 생각하고 이른 잠에 들기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