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행기 -28
"직선은 죄악이며 죽음의 선이다. 곡선은 신이 만든 선이다."
건축가 훈데르트 바서의 유명한 격언입니다.
직선보다는 곡선이 자연 친화적이고 아름답다는 뜻이죠. 하지만 저는 달리 생각합니다.
완벽한 직선은 인간만이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작품 아닐까요.
어설프게 흉내 낸 곡선보다는 완벽한 직선이 더욱 아름답습니다.
저는 완벽한 직선의 넵스키 대로를 걷고 있습니다.
걷기도 좋은 날씨입니다.
천천히 불어오는 바람은 차갑지 않고,
푸른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습니다.
중앙 광장의 오빌리스크를 뒤로 하고 이 날씨를 따라 페트로파브로프스크 요새로 천천히 걸어갔습니다.
곧장 뻗은 넵스키 대로는 일점 투시 그림을 보는 것 같습니다.
어디에도 방해물이 없습니다.
거의 모든 건물들이 비슷한 높이로 유지되어 거리는 더욱 그림 같습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건물의 특색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와 같은 관광객의 눈에는 건물들의 통일성이 도시의 미관을 더욱 아름답게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런 도로라면 하루 종일이라도 걸어다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넵스키 대로를 따라 요새로 가기 위해서는 2~3개의 강을 건너야 합니다.
제 앞에 나타난 강은 운하인 폰탄카 강과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상징 네바 강입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과거 늪지대였는데 이 곳을 도시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운하가 많습니다.
이 중 하나의 운하가 바로 폰탄카 강입니다.
다리 위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저같은 관광객이었을 것이고,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은 현지인일것 입니다.
관광객답게 강의 운치를 즐기며 네바 강에 도착했습니다.
우리나라의 한강처럼 강남과 강북을 나눠 서쪽의 발트 해로 빠져 나가는 네바 강은 4월임에도 얼음이 떠다녔습니다.
이 강을 건너가면 드디어 요새가 나옵니다.
저 멀리 요새 아래에 있는 작은 백사장에 많은 사람들이 일광욕을 하고 있었습니다.
반대쪽 다리 위에서는 낚시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자신들의 도시를 자기들 나름대로 즐기는 중입니다.
그 모습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평화로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