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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궁전(에르미타주), 느끼다

러시아 여행기 -34

by 박희성

실내 복도의 휘황찬란한 화려함을 지나가면 계단이 나옵니다.
흰 색 대리석과 조각에 금색 테두리와 조각이 합쳐져 계단을 걸어 올라가면 마치 왕의 사절이 된 기분입니다.
천장의 화려한 프레스코화에는 그리스 신화를 본 따 그려둔 듯 합니다.
목이 뻣뻣해질 때 까지 쳐다봅니다.
천장의 프레스코화를 받들고 있는 기둥의 거인은 아틀라스 일 것입니다.

올라가니 오디오가이드가 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궁전이면 꼭 설명을 들어가며 관람하고 싶었는데 무려 한국어로 된 오디오 가이드도 존재합니다.
겨울 궁전 에르미타주 미술관 전체를 대한항공이 후원했기 때문에 연극인 손숙님과 방송인 김성주님이 녹음하신 오디오 가이드가 있었습니다.
지도와 함께 제공되는 오디오 가이드는 방이나 작품 아래에 있는 번호를 입력하면 두 분이 번갈아가며 설명해줍니다.
행복 가득 안고 1 번을 눌러보니 이 곳 겨울 궁전과 올라온 계단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보증금 2000 루블과 사용 요금 500 루블이었는데 절대 아깝지 않은 금액이었습니다.
박물관 입장도 무료였는데 이쯤이야 라는 생각이 듭니다.
러시아에서 방문한 모든 박물관 중 가장 알찬 박물관이 될 것 같습니다.

계단 바로 앞의 장군의 방을 시작으로 관람을 시작했습니다.
모든 방이 화려함의 극치를 달렸습니다.
구경을 하다 보니 궁금한 점이 생겼습니다.
왜 예카테리나 여제는 이런 화려한 궁전을 짓고 어마어마한 예술품 수집에 집착했을까요.
대영 박물관이나 루브르 박물관과 다르게 이곳에 있는 대부분의 예술품들은 약탈이 아닌 정당한 거래를 통해 수집해온 것이었습니다.
예카테리나 본인이 아니면 모르겠지만 수 많은 추측 중에 이런 것이 있었습니다.

대외적으로 프랑스, 영국같은 유럽 열강에 속하고 싶었던 예카테리나는 그 모델을 프랑스로 잡았습니다.
특히 프랑스의 예술은 이전의 러시아 예술과 색다른 충격을 그녀에게 주었습니다.
때문에 그녀는 이곳 겨울궁전에 이렇게 수 많은 예술품들을 프랑스부터 시작해 유럽 전체의 예술을 수집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입니다.

레오나드로 다 빈치, 라파엘로의 작품들을 지나 수 많은 작품들을 보다보면 예술사를 넘어 인류 역사에서 우리는 작은 한 점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사실 박물관이 너무 방대해서 상세히 모든 작품을 보려면 며칠을 봐도 힘들다고 합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며칠 묶는다면 모든 방을 세심히 살펴볼텐데 아쉽습니다.
박물관이 문을 닫을 시간이 다가오는데 이제야 왕족들의 대기실이라는 방에 들어갔습니다.
옥과 비취를 2 톤 가량 사용하여 기둥과 장식품을 만든 방입니다.
옥이라는 광물이 이렇게 아름다운줄 처음 알았습니다.
이 곳은 볼셰비키 혁명때 재정 러시아의 장관들의 회의실로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이렇게 화려한 궁전에서 혁명을 외치는 바깥 사람들을 바라본 장관들은 무슨 기분이었을까요.

이 방을 마치고 이제 나가야하는 시간인가 살펴보았는데 아직 2시간 정도의 시간이 남았습니다.

추가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아까 대충 보았던 방 들을 다시 한번 세세히 보고도 아쉬운 마음이 생겨서 3층으로 올라가 보았습니다.

3층에는 동전의 역사 전시관이었습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지나니 조선과 대한민국의 동전이 나왔습니다.
이조시대라고 써 있는 조선시대 엽전에서부터 제 동전주머니에 들어있는 100원짜리 동전도 있습니다.
수 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우리나라 동전을 보니 더욱 신기합니다.

이번에는 1층으로 가 보니 이집트 전시장이 나왔습니다.
로제타석과 미라를 보다 보니 오늘 하루 정말 많은 것을 보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수 천의 예술 작품과 수 많은 화려한 궁전의 방, 그리고 우리나라 동전과 이집트 유물들까지 모든 것이 모여있는 아름다운 궁전이었습니다.
다만 수박 겉햝기로 하루 반나절만에 보아서 아쉽기만 합니다.
언젠가 다시 한번 돌아올 가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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