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행기 -35
아름다운 겨울 궁전에서 빠져 나왔습니다.
시간 제한이 없었다면 아마 이 곳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나와서 다시 한 번 광장을 둘러보았습니다.
해가 머리 끝에서 내려와 서서히 붉은 빛을 내 뿜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수 많은 사람들이 광장을 메우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오늘은 일요일입니다.
주말의 마지막 날을 즐기는 인파를 헤쳐나가 광장의 문으로 나갔습니다.
광장의 거대한 문 앞으로는 예술가의 거리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멋진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사람들을 현혹하는 수 많은 길거리 상점도 있고,
누가 세워둔 듯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동상 분장을 한 사람도 있습니다.
마치 우리나라 홍대를 방불케 합니다.
모스크바의 홍대가 아르바트 거리였다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홍대는 이곳 같습니다.
길을 즐기던 도중 익숙한 사진이 있습니다.
한식은 아니었지만 밥과 국물 사진입니다.
고개를 들어 간판을 보니 중식당이었습니다.
깔끔한 모습의 중식당이고 메뉴판도 사진으로 되어 있습니다.
오늘의 저녁은 더이상 빵이 아닙니다.
한국에서 저는 밥보다는 빵을 더 좋아했습니다.
빵으로 하루 세 끼니를 채워도 큰 무리 없이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이 곳에 와서 먹은 밥은 단 한번.
모스크바의 축제하는 광장 앞에서 뿐이었습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빵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언젠가 밥을 한번 씩 먹었기 때문에 밥을 그리워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 곳에 와서 국물은 보르쉬만 먹었고, 밥은 단 한 번 먹다보니 사진으로 국물과 밥을 보니 눈이 돌아갑니다.
애석하게도 직원이 영어를 할 줄 몰랐습니다.
그래도 메뉴판이 사진인 덕분에 제가 원하는 메뉴를 정확하게 주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얻어낸 오늘의 저녁 식사, 오리고기로 육수를 낸 국수와 중국식 돼지고기 볶음밥입니다.
힘들게 시작했던 하루는 겨울 궁전과 맛있는 음식으로 기분좋게 끝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