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행기 -39
성 이삭 성당에서 우울함을 벗어 버리고 하늘만 바라바고 걸었습니다.
유리구슬 같았던 러시아 하늘에서 처음으로 구름이 생겼습니다.
내일부터는 비가 예보되어 있습니다.
오랫만에 구름을 보니 신기합니다.
그동안 러시아 하늘은 구름이 생기지 않는 동네같았습니다.
바다 물결보다 푸르고 장애물 없는 파란 종이 위에 드디어 흰 점 하나 둘 생겨나더니 금세 구름이 가득찹니다.
모든 일이 끝나니까 급작스럽게 피곤함이 몰려옵니다.
우선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숙소에서 침대에 누우니 바로 골아 떨어졌습니다.
오늘 하루의 스트레스가 이제야 제 몸에서 터졌나봅니다.
한숨 푹 잤습니다.
자고 일어나 심심해서 밖을 슬슬 걸어다녔습니다.
걷다보니 겨울궁전이 나옵니다.
여전히 평화롭습니다.
해가 없어도 그리 쌀쌀하지는 않습니다.
오늘은 평일인데도 꽤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 있습니다.
어제처럼 오늘도 공연하는 친구들 아래 앉았습니다.
전자 바이올린을 켜는 친구가 눈웃음을 지어줍니다.
환한 미소로 답해주었습니다.
음악소리는 둥글게 광장을 돌아 귀로 들어옵니다.
앉아서 오늘의 감정을 하나 하나 일기에 적어 놓습니다.
아침의 카드가 없을 때의 당황, 계좌에서 돈이 빠져 나간 허탈, 경찰서에서의 신기함과 당혹감,
마지막으로 의연한 다짐까지.
오늘 저녁은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계획도 다시 보고, 어제 먹은 중국 음식도 다시 먹으며 하루를 편안히 보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