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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소용돌이 속 피의 구원 사원

러시아 여행기 -42

by 박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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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잔 대성당에서 나오면 정면으로 저 멀리 피의 구원 사원(혹은 피의 사원)이 보입니다.

모스크바의 바실리 성당을 본 따 만들어 양파 모양의 지붕이 상징인데,

덕분에 600m 멀리서도 길이 확실히 보입니다.

걸어서 5분 정도 가다 보면 길을 따라 자리 잡은 잡상인들 뒤로 피의 성당이 나타납니다.

피의 성당은 러시아 역사에 큰 의의를 가지는 성당입니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거대한 관이 바로 이 성당의 주인공입니다.

바로 알렉산드르 2세입니다.

크림 전쟁을 멈추고 대개혁을 통해 중세의 유물인 농노제를 포함해 수많은 부분에서 개혁을 시행하였고,

지금의 거대한 러시아 영토를 구축한 위대한 차르였습니다.

하지만 당시 사회주의와 공화주의에 심취한 혁명가들의 테러에 목숨을 잃고 맙니다.

그리고 아들 알렉산드르 3세가 이 곳에 아버지를 기리는 성당을 지었습니다.

혁명가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낙원을 짓기 위해 성군이었던 알렉산드르 2세를 쓰러뜨렸지만,

더욱 강한 전제정치의 알렉산드르 3세에 의해 힘이 위축되었습니다.

혁명과 반란은 종이 한 끗차이고, 성공은 타이밍이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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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내부의 벽들은 멀리서 보면 잘 그린 프레스코 화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타일로 만든 모자이크입니다.

이 거대한 성당을 모두 세밀하게 모자이크로 만들었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인물들의 섬세한 표정 하나하나 보면 이 성당은 도저히 사람의 손으로 만들었다고 믿기 힘듭니다.

사실 성당은 제2차 세계 대전과 소련 혁명에 의해 수 차례 무너졌습니다.

그러나 27년의 긴 복원 끝에 지금의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수많은 러시아 성당은 이런 식으로 무너지고 다시 세워졌는데 그 복원력에 감탄이 나옵니다.

27년의 시간이 성당의 아름다움과 크기를 생각하면 정말 짧은 시간 같습니다.

그리고 길고 길었던 러시아 관광이 이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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