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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단이 Dec 12. 2023

반짝이는 불빛


 날씨는 따뜻한데 창밖은 겨울이다. 거리를 걷다 보면 반짝이는 전구를 걸치지 않은 곳이 없다. 해도 금방 저물어서 밖은 곧 어두워지고 아늑하게 반짝이는 전구들이 돋보인다. 은은하게 들려오는 캐럴은 분위기를 더한다. 요즘 대부분 카페가 그런 모습이다.


 반짝이는 것들에 관해서라면 한강 둔치에서 건너편 건물들을 바라보던 일이 생각난다. 때로는 친구와 나란히 맥주캔을 마시며 바라보기도 했고, 나 홀로 강을 앞에 둔 계단에 앉아 그 건물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때도 있었다. 달리는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도 검은 강 위의 건물들이 보일 때면 네모난 창에서 흩어져 나오는 불빛을 말없이 바라보곤 했다. 그 불빛을 보며 ‘야근하는 회사가 저렇게 많은데, 저 불빛이 반짝이는 공간 중 내가 갈 수 있는 곳도 분명히 있겠지.’ 생각한 적도 있다. 때로는 강을 벗어나 반짝이는 것들을 보기 위해 산을 오르기도 했고,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호텔의 방 한 칸에서 꼬물꼬물 움직이는 차들을 바라보기도 했다. 여름에 바다를 찾기도 했고, 햇살에 빛을 내는 나뭇잎을 괜스레 만져보기도 했다.


 저마다 다른 감정이긴 했지만 반짝이는 것들을 볼 때마다 그 여운이 주는 울림이 있다. 그들을 바라보게 되고 동경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저 아름답기만 해서는 아닌 것 같다. 그들처럼 내가 반짝이고 싶은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어린 시절엔 ‘반짝반짝 빛이 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반딧불이가 아니어서 빛을 내는 법을 몰랐다.


 누가 보아도 반짝반짝 빛이 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열심히 살았다. 많이 걸었고, 친절했고, 잘 웃었으며 함께 울었고, 종이 지면에 적힌 글은 모조리 읽었으며 밤이 되면 노래를 들었고, 인정하고 고치기 위해 노력했다. 그 모든 순간이 헛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이제 노력하지 않으려 한다.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이제 나는 누군가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았고 사회가 말하는 기준과 잣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었다. 노력하지 않아도 나에게 따뜻하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늘어났다. 누군가가 나를 싫어한다면, 그건 내 잘못이 아니라 그가 나와는 그저 결이 맞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결이 맞지 않는 사람은 피하려고 하지 않는다. 조금 비켜 가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도 노력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그때 노력하기로 했다. ‘노력’을 조금 쉬었다고 나는 그 방법을 잊어버리지 않았다.


 반짝반짝 빛을 내는 이들을 마주하면, 난 잠시 멈추고 그들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세상엔 반짝이는 걸 보고도 아무런 감정이 없이 지나치거나 알아차려도 외면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제야 알았다. 반짝이는 것을 돌아보며 발걸음을 멈춘 이들이 바로 반짝반짝 빛을 내는 사람들이란 걸. 그런 사람들과 온기를 나누고 싶다. 반딧불이처럼 반짝반짝 우리가 함께 빛난다면 더 많은 사람이 발길을 멈추고 서로의 불빛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저 반짝이는 전구를 걸친 트리보다 아름답지 않을까.



23.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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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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