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가는 사람

by 김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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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게 이상형을 물었다. 이상형?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 나는 간단히 답했다. 그러자 상대방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구나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나? 나는 그에게 덧붙여 말했다. 음, 알바를 하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해야 해! 그러자 그는 잘 못 알아듣겠으니 예를 들어 달라고 했다.


“만약에 고깃집 아르바이트라고 해 봐. 고기를 구울 거 아니야? 고기를 굽더라도 사장님이 시켰기 때문이 아니라 그냥 고기 굽는 그 순간 애정을 가지고 집중하면 되는 거야.”


나름대로 시간을 들여 설명했지만, 상대방은 쉽사리 이해하지 못했다. 나 같았어도 내 말이 이해하기 어려웠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말주변이 없는 편이라, 좀 더 생각하고 정리한 후 상대방에게 전했다면 찰떡같이 알아들었을까? 며칠 전의 대화는 계속 머릿속에 남아있었다. 오늘도 거리를 오가며 나의 이상형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설명해줄 수 있을지 생각에 잠기곤 했다.


합정역에서 일정이 있던 오늘은 자주 들리는 국밥집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2번 출구에 자리한 그 집은 일주일에 두 번은 들리게 된다. 국밥을 주문한 나는 늘 눈여겨보던 아르바이트생을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다시 눈길로 그녀를 좇기 시작했다. 겉보기엔 한참이나 어려 보이는 그녀에게 매번 눈길이 가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 슬쩍슬쩍 그녀를 지켜보면서 나는 내게 이상형을 물었던 상대방에게 대답할 말을 정리할 수 있었다.

키가 작고 깡마른 그녀는 앳된 얼굴을 하고 있다. 아무리 동안이라고 해도 나보다 어린 나이일 것 같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그러나 그녀의 행동은 전혀 어려 보이지 않았다. 일에 능숙하거나 일을 잘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이 가게의 사장님이 하지 않는 행동까지도 서슴없이 하고 있었다. 바삐 홀을 오가며 주문을 받는 그녀는 다른 테이블의 손님에게 무엇이 더 필요하진 않을지 항상 눈으로 재빠르게 체크하고 있었다. 그녀의 태도는 음식이 나왔을 때 친절하게 손님 앞에만 놓아두고 사라지는 다른 아르바이트생들과는 전혀 다른 구석이 있었다. 모든 아르바이트생이 친절했지만, 그녀만 유독 눈에 띄는 이유가 있다.


내가 방문하는 시간마다 주방은 다소 바쁜 모양이었다. 홀에서 주문받다가도 그녀는 주방으로 혼자 뛰어 들어갈 때가 많았다. 그러다 한참 시간이 지나면 홀로 이어지는 문턱에 나타나 빼꼼, 고개를 내놓고 짝다리를 짚은 채 홀 전체를 눈으로 훑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가슴이 뛰었다. 다른 아르바이트생들은 틈만 나면 자기들끼리 모여 이야기를 나누느라 주문하는 소리도 잘 못 듣는 때가 많았다. 그러나 그녀는 그들과 동떨어져 늘 혼자서만 홀을 눈으로 훑어보는 것이었다. 그 모양을 가만히 바라볼 때마다 그녀는 먼 미래에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자연스레 호기심이 일었다. 지금은 그저 국밥집 아르바이트생일 뿐이겠지만, 성실한 모습 뒤에 감추어진 도도한 태도와 제스처는 상상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땀에 젖은 잔머리를 이마에 잔뜩 붙인 채 피곤한 모습이지만, 필요한 자리라면 어디든지 달려가겠다는 듯한 그녀의 모습은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서빙을 하며 반찬을 들고 있을 때도 일부러 손님 한 명이라도 앉아있는 탁자라면 하나하나 눈여겨본다. 저 손님은 식사를 어느 정도 끝마치고 있는지 또는 어떤 반찬이 비었는지 그녀의 눈빛은 빈 그릇 안에도 머물다 가곤 했다. 그런 그녀를 지켜보다가 여러 번 눈이 마주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어렴풋이 미소를 지었고 그녀는 멋쩍은 듯 고개를 돌려버렸다.


누군가는 내게 별 볼 일 없는 일에 쓸데없이 감동한다고 말할 것 같다. 그러나 요즘 좀처럼 이런 종류의 열정과 애정을 가진 사람들은 쉬이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다. 다들 나름의 삶에 지쳐있기 때문에.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마음을 다하고 책임을 다하는 이들을 보면 여전히 나는 가슴이 뛴다. 남녀불문 그런 편이다. 그런 사람들은 아마도 그만큼 자기 자신에 대해 자부심 있는 사람이 아닐까. 누군가 자신의 수고를 알아주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듯이 보이기도 한다. 감정도 메마르고 살아가기 퍽퍽한 세상, 나 또한 쉽게 가질 수 없는 자부심을 간직한 채 묵묵히 자기 일을 다 하는 이들을 보면 난 어김없이 반하고 만다. 나의 시선을 마구 끌어당기고 가슴을 벅차오르게 만드는 사람들은 모두 이런 특징을 가지고 있다.



23.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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