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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봉지 07화

1.

by 김단이


지난번의 일은 겨우 진정되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진을 안고 침실로 데려왔다. 울던 진은 금방 잠이 들었고 나도 그대로 잠이 들었다. 그것 외에는 별다른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 다음 날 진이 출근하고 나서 나는 다시 그 비닐봉지 사진을 찍었다. 집 앞 문구점에 나가서 공책을 샀고 인화한 비닐봉지 사진들을 날짜별로 공책에 붙였다. 사진 속 비닐봉지들은 제각기 다른 방향을 가리키며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도 나는 오랫동안 보고 있을 자신이 없어 공책을 덮고 DSLR과 함께 농 안으로 넣어두곤 했다.

비닐봉지는 확실히 골칫거리였다. 나랑 진뿐만이 아니라 몇몇 아파트 주민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경비원은 119에 전화를 걸어 집 앞의 나뭇가지에 걸린 비닐봉지를 떼어달라고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매번 거절당했다고 위층 아줌마한테 들었다. 그녀도 아들이 밤마다 비닐봉지에서 나는 소리 때문에 잠을 자지 못한다고 하면서 나에게 하소연했다. 아드님도 비닐봉지에서 무슨 소리가 난다고 하나요? 내가 묻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무슨 소리가 들리느냐고 물으면 온몸이 경직된 상태로 ‘쉬욱- 쉬욱-’ 하는 이상한 소리로 대답할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비닐봉지 안에 고양이가 들어있다고 확신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고양이 소리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었다.


“새댁은 고양이 소리가 들리지 않나요?”

“저는 비닐봉지 안에 깡통 같은 게 들어있는 것 같은데요….”


아줌마의 물음에 이렇게 대답하면 그녀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쓰레기를 버리려고 나왔다가 만난 우리는 집안 쓰레기가 든 봉지를 한 손에 든 채 몸을 떨며 분리수거장으로 향했다. 분리수거장 바로 옆, 비닐봉지가 걸린 나무 아래엔 청년이 있었다.


“저 사람은 쥐 소리가 들린다고 하고, 새댁은 깡통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고 하고, 참 이상한 일이네.”


청년을 발견한 아줌마는 어두운 낯빛으로 중얼거렸다. 그녀는 다 쓴 화장품 용기를 차례차례 유리를 모아둔 분리수거용 봉지에 나눠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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