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지금도 그렇게 사랑하는지
그냥 그렇게 평소와 같이 아무런 생각 없이 흘러갔다. 사실 요즘은 큰 고민도 없고 힘들었던 있도 지나갔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별일 없이 살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유학 갔던 친구가 귀국하고 나에게 물어본 첫마디가 생각난다.
너 아직도 그 카페 찾아가니?
그녀가 일하던 카페가 있었다. 헤어지고도 한참을 일하던 카페라 그녀가 보고 싶을 때, 그녀와 대화하고 싶을 때 종종 찾아가곤 했다. 하지만 용기도 나지 않았고 그녀가 나를 만나줄리 없다는 생각에 다시 돌아오곤 했었다. 사람들에게 비밀로 했지만 혼자 이 아픔을 가져가기에 아직 나는 그만한 준비가 안돼 있었다. 그래서 믿을 수 있는 친구에게 이런 이야기들을 하곤 했다. 그렇기에 친구가 귀국하자마자 나에게 물어본 말 중 하나다. "너 아직도 그 카페 찾아가니?" 나는 그렇게 대답한다.
아니, 그러지 않는 게 맞는 거 같아
맞고 틀리고를 떠나 그녀 눈에 안 띄는 게 내가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일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어떻게든 붙잡아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흘러 그녀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걸 알았고 내가 나타나면 안 된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나 역시 그녀가 아니더라도 행복해질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 이상 그녀가 일하는 카페에 찾아가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벌써 몇 개월 그녀를 찾아가거나 만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점점 잊히는, 그렇게 물 흐르듯 흘러가는 느낌으로.
이제 좀 괜찮아졌나 보네,
여자 소개시켜줄까?
그녀와 페이스북 친구를 끊었다, 그녀의 연락처를 지웠다, 그녀의 카톡을 지우고 문자를 지웠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녀의 번호는 지울 수 없었지만 눈에 보이는 모든 걸 지우니 점점 괜찮아졌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녀에 대한 이야기가 줄었고 주변 사람들은 내가 점점 괜찮아진다고 생각했다. 물론 눈앞에 안보이고 점점 잊히는 느낌을 받기에 괜찮아진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왜인지 친구의 소개팅은 끌리지 않는다. 혹시라도, 어쩌면이라는 생각으로 누군가를 만나고 싶진 않았다. 아직까진 연애를 생각하면 그녀가 가장 먼저 떠올랐으니깐.
괜찮아
친구가 소개를 안 받는 이유를 물어봤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됐다고 답했다. 이제는 더 이상 가볍게 만나고 알아가는 연애가 아닌 함께 성장하고 평생을 바라볼 수 있는 진지한 사랑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핑계일 뿐이다. 그냥 아직 정리가 안됐고 그녀가 생각날 뿐이다.
너 정말 괜찮은 거야?
아니면 아직 잊지 못한 거야?
괜찮냐는 친구의 질문의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당연히 괜찮지" 그녀와 헤어진 지 시간이 꽤나 흘렀다. 그렇기에 당연히 괜찮다는 느낌으로 상관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사실 그녀와 멀어지고 그녀와 연결고리를 끊었을 때부터 마음은 조금씩 편해졌기에 사실이었다. 딱히 별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굳이 그녀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이상 정말 그녀가 떠오르진 않았으니깐. 그렇게 점점 잊혀가고 있다고 생각했으니깐.
당연하지 좋은 사람 만나면
나도 진지하게, 최선을 다해 연애할 거야
이렇게 말은 했지만 아직 그녀만큼 좋은 사람을 만나진 못했다. 물론 평생 못 만날 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어쩌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곤 한다. 사랑하지 않는 가벼운 연애를 하고 싶진 않기에 이렇게 피하곤 한다. 그런데 내 대답의 의미를 알았는지 친구는 다시 물어본다.
그녀가 다시 돌아온다면 받아줄 거야?
그녀가 남자친구가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 연결고리가 끊어졌기에 아무것도 볼 수 없다. 그래도 그냥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아직 변하지 않았다. 물론 그녀를 한 번이라도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기에 그냥 무작정 행복하길 바랄 뿐이다. 그런 내 마음을 어찌나 잘 알고 있던지 학생 시절 가장 친했던 친구가 갑작스럽게 저런 질문을 한다. 그녀가 다시 돌아온다면 받아줄 건지.
당연한 거 아니냐
무슨 생각으로 이런 대답을 했는지 모른다. 그냥 친구가 물어보자마자 무의식 중에 바로 나왔던 대답이다. 그녀가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상관없었다. 그냥 나를 필요로 한다면 그리고 나를 찾는다면 당연히 받아줄 수 있었다. 아직 내 마음은 정리가 안됐고 그녀의 생각이 종종 났기 때문에. 남자친구가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 알 수 있는 방법도 없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 마음이 괜찮아질 때까지 그녀의 흔적이, 그녀의 관심이 조금이라도 돌아오지 않을까 기다릴 뿐이다. 조금씩 조금씩 괜찮아진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시간이 흐른 지금 같은 질문을 해보면 내 마음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나 보다. 아직도 그녀만큼 좋은 사람 못 만날 거라 생각하고 그녀와 만들고 싶은 추억이 산더미 같다. 그녀에게 줄 수 있는 게 많고 그녀에게 배울 수 있는 게 많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아직 나는 커플링을 빼지 못하고 차고 다닌다. 그녀가 생각날 때마다.
우연히 친구랑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렇게 대답하게 됐다. 그녀가 돌아오면 당연히 받아줄 준비가 됐다고. 어느 정도 마음이 정리되고 준비가 된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이런 질문을 받고 반사적으로 당연하다고 대답하는 나를 보고 준비가 안된 거 같다고 느꼈다. 한 번쯤 그녀에게 연락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한 번쯤 내 글을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한 번쯤 그녀를 마주치고 싶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국방컨벤션을 가기 위해 504번 버스를 타고 그녀의 집 앞을 지나갔다. 오랜만에 지나가서 그런지 공사 중이던 건물이 깔끔하게 올라가 있었다. 시간이 이렇게 흘러가고 점점 변하고 있는 걸 보니 무서웠다. 벌써 공사가 끝나고 건물이 올라갔는데 그런 시간이 흘러도 이 맘은 변하지 않기에 더 무서웠다. 언젠가 한 번 만날 수 있을까? 그렇게 아직도 그녀가 생각나네요.
그녀와 둘이 된 지
1년이 가까이 지났다.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다.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더라
그녀가 다시 돌아온다면
당연히 받아줄 준비가 돼있는 날 보니.
_by pu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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