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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ding Jan 03. 2018

사랑하는 사람과 잘 싸우는 방법

그동안 우린 단 한 번도 잘 싸우지 않았다.

그녀

오늘도 어김없이 그 사람과 싸웠다. 일 때문에 바쁘다, 미팅하느라 연락을 못했다, 잠자느라 카톡을 못 봤다. 항상 변명뿐 고칠 생각을 안 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연락이 잘 안되는 그 사람 때문에 매일같이 싸운다. 그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기에 바뀌길 기다리지만 시간이 지나도 변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결국 오늘도 끝없는 변명만 되풀된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점점 지치고 힘들어진다. 내가 이렇게 힘들다는 걸 그 사람이 알까? 결국 오늘도 풀리지 않은 채 잠든다.



그이

오늘도 어김없이 그녀와 싸웠다. 시간이 날 때마다 그녀에게 연락했고 잠깐 잔다는 게 너무 깊이 잠들었다. 바쁜 와중에도 그 사람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서운할까 봐 피곤하지 않은 척 애썼다. 하지만 일 때문에 쌓인 피로와 미팅 때문에 하지 못한 연락으로 그녀가 화를 낸다. 그녀를 위해 부족한 잠도 줄이고 틈틈이 연락했다 생각했지만 그녀에게는 이런 내 노력도 부족한 거 같다. 결국 오늘도 그녀에게 서운한 채 잠든다.





우린 이렇게 매일 싸운다.
아니, 어쩌면 우린
 단 한 번도 싸우지 않았을지도..



그녀

그 사람에게 연락을 자주 해달라고 표현하고 매일같이 화내는 이유는 그냥 조금만 노력해줬으면 하는 마음에 서운함을 표현하는 수단일 뿐이다. 그 사람이 싫거나 헤어지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나를 조금이라도 이해해주길 바라고 정말 조금만 변했음 하는 마음에 투정을 부릴 뿐이다. 기다리는 입장에서 나는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는 게 그 사람은 오히려 나에게 화를 낸다.


"오늘 미팅 중에 연락 한 번도 안 해줬네, 화장실 한 번 안 갔어? 잠깐 가서 카톡이라도 한 번 해주지"


"왜 아직까지 연락이 없었어 자면 잔다고 말을 하고 자던가 매일 나는 기다리기만 하네"


그냥 서운했던 일들을 이야기한다. 잠깐 시간 내서 카톡이라도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런 노력도 안 하고, 잘 거 같으면 연락이라도 해주면 좋을 텐데 말도 없이 잠든다. 그 사람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가끔 중요한 미팅을 하다 보면 연락을 못할 수 있고 너무 피곤하면 잠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내가 이렇게 이해하는 만큼 서운함을 알아주고 변화해줬으면 좋겠다.



그이

그녀와 싸우고 싶지 않기에 자주 연락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결국 매일같이 화내는 그녀 때문에 나도 모르게 화를 내게 된다. 노력하고 있지만 가끔 잊고 잠들 때도 있고 요즘 들어 많이 바빠져 연락이 소홀해진 것도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녀를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녀는 내가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결국 감정적인 그녀의 말에 나 역시 화를 내며 대답한다.


"중요한 미팅이었고 일할 땐 집중하고 싶어서 카톡을 못했어. 그래도 끝나고 바로 연락했잖아"


"요즘 일이 많아져서 너무 피곤해서 그런지 씻기 전에 잠깐 눕는다는 게 잠들었어"


나름 열심히 연락했고, 일도 많아지고 바빠진 것도 알 텐데 계속해서 똑같은 이야기만 오고 간다.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데 전혀 알아주지 않고 서운함만 커져간다. 일 때문에 스트레스만 커져가는데 그녀와의 싸움으로 날로 더 피곤해져만 간다. 그녀가 서운 한 건 알겠지만 내 입장에서도 한 번쯤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결국 그녀는 내가 변하길 바랄 뿐 나를 배려해줄 생각은 없으니깐. 그녀를 사랑하지만 결국 이대로라면 우리는 안 맞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많이 싸운다,
그렇지만 잘 싸우진 않는다.



우린 매일같이 싸운다. 같은 이유로 전혀 바뀌지 않을 거 같은 서로를 기대하며 싸운다. 매일 같은 이유로 싸우고 매일 똑같은 말만 반복된다. 결국 서로 지쳐서 화만 내고 풀리진 않는다. 우린 수도 없이 많은 싸움을 했지만 잘 싸우진 못했던 거 같다. 어쩌면 지금껏 우리가 해왔던 건 싸움이 아니라 고집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앞으론 고집과 억지가 아닌 그 사람과 정말 잘 싸워보고 싶다.



잘 싸우는 방법



연애를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다투는 문제 중 하나가 연락이 아닐까 생각한다. 연락뿐만 아니라 사소한 다툼부터 심한 다툼까지 연인 사이에서 꼭 필요한 게 어쩌면 이런 서운함과 마음을 표현하는 싸움이 아닐까?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해왔던 건 어쩌면 싸움이 아닐 수 있다. 서로 헤어지고 싶어서 죽자고 달려드는 게 아닌 서운함을 표현하고 풀고 싶어서 대화하는 게 싸움인데 항상 우리의 싸움은 끝이 그렇게 좋지 않았다. 그 과정 역시 좋지 않았다. 그건 아마 서로의 입장이 아닌 내가 바라는 모습으로 그 사람이 변화하고 배려해주길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 때문이 아니었을까?



대화



우리도 꽤나 자주 싸우는 커플이다. 사소한 말다툼부터 서로의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싸우는 일까지 별에 별일로 싸우곤 한다. 우린 그렇게 싸우는 과정에서 서로 아쉬운 점이나 잘못된 부분을 대화로 풀어나간다. 매일 똑같은 싸움을 하고 풀리거나 변하지 않는 이유는 어쩌면 대화를 한 게 아닌 내 입장만 이야기해서가 아니었을까?





오늘 미팅 중에 연락 한 번도 안 해줬네,
화장실 한 번 안 갔어?
잠깐 가서 카톡이라도 한 번 해주지



분명 그 사람이 연락을 못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이유를 묻기도 전에 혼자 판단하고 내 서운함만 이야기한다. 어쩌면 정말 중요한 미팅이었을 수도 있고, 핸드폰을 볼 수 없었던 상황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린 잘못을 묻기 전에 대화를 이어나가야 한다.



미팅하느라 고생했어
오늘은 중요한 미팅이었나 봐?
잘 기다리고 있었지?



그 사람도 그녀와 누구보다 연락하고 싶어 할 거다. 단지 일 때문에, 중요한 미팅 때문에 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런 사람에게 무작정 화를 내기보단 일하고 오느라 고생했다는 말 한마디와 함께 왜 연락을 못했는지 자연스럽게 물어보는 게 좋지 않을까? 서운함은 알지만 표현하기 전에 그 사람의 입장을 물어보고, 나 혼자 판단하는 게 아닌 그 사람에게 이야기를 듣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의사와 상황, 감정을 주고받는 대화가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



중요한 미팅이었고
일할 땐 집중하고 싶어서 카톡을 못했어
그래도 끝나고 바로 연락했잖아



일하고 바쁜 건 이해할 수 있지만 그래도 그 사람이 나를 기다리는 동안 내가 어떤 걸 하고 있었는지, 왜 연락을 못했는지에 대한 이유가 충분히 궁금할 수 있다. 그렇기에 그녀도 왜 연락이 안 되었는지, 오늘은 어떤 일을 했길래 연락도 못했는지 그냥 물어볼 뿐이다. 단지 그 표현에 서운함이 담겨 기분 좋게 이야기를 하지 못할 뿐이다. 그동안 기다려줬던 그녀에게 무작정 화를 내기보단 이유를 설명하고 대화를 해보면 어떨까?



중요한 미팅이라 핸드폰을 못 봤어
많이 기다렸지? 미안해



자세한 설명이 힘들다면 그냥 기다려준 그녀에게 미안함 정도는 표현해주는 게 어떨까? 대화라는 건 상대가 궁금한 걸 대답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의 감정에 공감해주고 그 감정에 대답해주는 것 역시 중요하다. 어쩌면 우리가 해왔던 투정이나 싸움은 서로의 관계를 위한 싸움이 아닌 나를 위한 싸움이 아니었을까? 함께 연애하고 사랑하는 만큼 나를 위한 게 아닌 서로를 위해, 그리고 우리를 위해 잘 싸워보자. 말 한마디, 단어 하나만 바뀌어도 서로의 관계는 분명 변할 거고 미안한 마음에 스스로 변화할 기회까지 생길 거다.





우리는 서운함을 표현하고 풀기 위해 싸운다. 어쩌면 싸움으로 그동안 끙끙 앓았던 문제를 해결하고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가는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상대를 자꾸 나에게 맞추려고 하다 보니 끝없이 되풀이되고 무의미한 감정 낭비만 하게 된다. 결국 조율이 안 되는 상대를 바라보며 서로 성격이 안 맞는다는 변명으로 헤어지고 이별을 아파하게 된다. 잘 싸우는 방법은 그렇게 어렵지 않은 거 같다. 먼저 양보하고 먼저 사과하고 그렇지만 모든 걸 배려하는 게 아닌 서로의 입장을 알아가고 조율하는 것. 그렇게 오해를 풀어가고 상대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더 생각해주는 것. 어쩌면 우리는 이런 싸움을 지금껏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던 게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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