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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ding Mar 25. 2016

듣기 싫은 잔소리, 인생의 투자

잔소리 좀 그만해 도대체 나한테 해준 게 뭐야?

고등학교에 올라가 첫 명절 때 친척들을 만났다. 그날부터 고3까지 가족, 친척들에게 공부 열심히 하라는 응원만 한가득 들었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하고 있는지 물어보지도 않고 무작정 열심히만 하라고 한다. 내가 얼마나 힘든지 물어보지도 않고 무작정 열심히 하라고 한다. 대학을 잘 가야 취업을 잘한다는 말과 함께 인생에서 가장 듣기 싫은 잔소리가 시작됐다. 날 걱정해주지만 말로만 걱정해준다. 그렇게 가족과 친척 그리고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기대 속에서 사범대학에 입학하게 됐다. 하고 싶은 선생님을 위해 사범대도 왔고 대학도 들어왔으니 이제 잔소리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날도 어김없이 새로운 잔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등록금은 네가 벌어야지, 장학금 좀 타면서 다녀야지, 학점은 잘 나왔니 듣기 싫은 말들이 이어졌다.


부모님이 잔소리를 한다고 무작정 싫어하면 안 된다. 어쨌든 나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건 부모님이며 항상 부모님의 인생의 일부를 나에게 투자하기 때문이다. 처음 부모님이 잔소리를 했을 땐 철없단 나 역시 같은 생각을 했고, 부모님께 말대꾸를 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잘 생각하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부모님이 내 인생을 간섭하는 건 나에게 부모님의 인생의 일부를 투자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내 인생의 대주주 명단에는 부모님의 성함도 함께 올라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가지 큰 결심을 했다. 듣기 싫은 잔소리 듣기 좋게 만들고, 더 이상 잔소리가 아니게 만드는 방법이 없을까? 그날부터 내 인생에 대한 지분을 조금씩 늘려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교통비, 통신비, 집세를 차례차례 스스로 벌어 내기 시작했고, 그다음은 등록금, 생활비를 직접 벌어서 내기 시작했다. 100% 내가 다 충당해서 벌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게 부모님이 차지하는 내 인생의 지분을 조금씩 조금씩 줄여가다 보니. 그때부터 듣기 싫은 잔소리가 듣기 좋은 잔소리로 바뀌기 시작했다.





정말 내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어떤 이야기를 들어도 기분 좋게 들을 수 없다. 열심히 노력했는데 안된다고 생각하면서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어떤 충고도 잔소리로 들리게 된다. 안된다고 생각해도 열심히 했고 스스로 만족할만한 행동을 했다면 그땐 어떤 충고를 들어도 기분 좋게 들을 수 있을 거다. 만약에 부모님의 잔소리가 듣기 싫다면 스스로의 인생의 지분을 늘려보자. 부모님이 주는 용돈도, 심지어 밥 한 끼라도 받고 있다면 잔소리를 받아들여보자.


나에게 해준 게 뭔지 생각하기 전에 지금 부모님께 받고 있는 게 뭔지 돌이켜보고 그 잔소리가 듣기 싫다면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내 인생의 지분을 늘려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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