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농부의 첫가을 작물들
여름이 떠난 자리에 가을을 맞이할 준비를 시작했다. ‘이번엔 뭘 심을까?’하며 한동안은 방앗간 들르듯 종묘사를 들르곤 했다. 처음 배추 모종을 사러간 날 사장님이 내게 물었다.
“어떤 배추로 드릴까? “
처음 알았다. 배추도 노란 배추가 있고 연두색 배추가 있다는 것을. 가게 앞에 즐비해 있는 모종들의 드양한 이름을 알아가고 가게 사장님에게 농사와 관련해 이것저것 묻는 시간들이 꽤나 즐거웠다.
고민 끝에 황금배추와 쪽파 그리고 브로콜리를 골랐다. 가을 햇살과 바람을 잔뜩 머금고 자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잔뜩 담아서 말이다.
‘어떤 모습으로 자라려나?’하는 기대감에 농사를 시작했던 봄이 떠올라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준비한 모종들을 들고 밭에 갔다. 남편과 마주 앉아 삽으로 땅을 파고 모종을 넣었다. 그다음 후다닥 다시 흙을 덮고 물을 줬다.
나름 튼튼한 애들로 골랐는데도 땅에 심으니 애기였다. 뽈뽈뽈 물을 주는데 워낙 연약해서 잎사귀가 자꾸 땅바닥에 붙었다. 그런 와중에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해 급한 대로 잎사귀 밑에 돌멩이를 받쳐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섯 밤을 지내고 다시 간 텃밭은 그새 푸릇푸릇한 생명으로 가득 찼다.
가장 궁금했던 돌멩이를 받쳐준 아기 배추에게 갔다. 슬그머니 이파리를 만져보니 탱글탱글했다. 잎사기 위로 쪼르륵 물을 주니 역시 딴딴하게 버텨냈다.
“우와, 너희들 땅에 잘 적응하고 있구나!”
새삼 떠올랐다.
어쩜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도 저렇게 쑥쑥 자라는 걸까? 부족하고 어설프게 심겨도 기어코 그 땅에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세우니 말이다.
주어진 환경에 적응해서 또 자기가 있는 곳을 생명과 기쁨으로 채워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덕분에 편안해진 마음으로 돌아왔다.
11월 말에는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더 자라 있을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