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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지 Jan 13. 2024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자녀 독립시키기에 대한 생각

    

오늘 자녀독립을 어떻게 시켜야 하나에 관련된 글을 많이 찾아봤다.

아주 쏙 맘에 드는 것을 찾지는 못해서 내일은 도서관에 가볼까 한다.

이런 맘이 드는 이유는 큰아이가 3월이면 대학교에 입학을 하기 때문이다.

입시가 끝나고 나니 이제는 저절로 독립을 시켜야 되는 분위기가 되었다.

학교는 서울이고 집은 용인이니 통학하는데 2시간 가까이 걸려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아서다. 기숙사 생활을 한다면 맘이 좀 놓일 것 같은데 신입생은 거리가 기준이라 이 또한 쉽지 않을 것 같다.

공부한다고 마냥 공주처럼 키워서 독립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슬슬 들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 일이 터졌다.    

 



집 앞 학원을 두고 좀 더 나은 곳을 다닌다며 멀리까지 옮기며 엄마가 해줄 거라 부축인 선생님에게  '당신이 부모인가요? 난 그렇게 안 키울 건데요?' 못 했다.

차로 가면 20분 거리를 1시간 이상 걸려서 너무 힘들다던 아이의 말에  “네가 그렇게라도 원하면 대중교통 이용해서 다니고 안될 것 같으면 집 앞으로 다녀야지.”라고 매몰차게 못 했던 죄로 꼬박 3년을 픽드롭을 해줬다. 밤 10시 모든 학원가에서 쏟아져 나오는 아이들을 픽업하느라 정자동 도로는 마비가 될 정도였다.

저렇게 많은 부모가 아이를 데리러 오는데 어쩌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 수 도 있겠다 싶었다. 그중에는 버스 타고 다니는 아이들도 있지만 전업맘이니 해줄 수 있는 것에 감사하자 하며 해줬던 것 같다. 가끔 짜증도 났고 힘도 들었지만 그 시간에 잠시라도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에 위로를 하기도 했다.


     

대학에 합격을 했고 개강 전까지 해보고 싶었던 거 하면서 쉬고 아르바이트도 해볼까 하는 눈치였다.

운전면허 시험을 보려고 준비하더니 시험장까지 한 번에 가는 것이 없고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며 데려다 달라고 한다. 한 번에 교육과 필기를 본다고..     

그때부터였나 보다. 언제까지 이 아이를 픽드롭해줘야 하는 걸까를 진지하게 생각했던 것이.

한편으론 편하게 부탁하는 걸 좋게 생각하기도 했고 태워다 줄 수 있는 상황들에 감사하기도 했다.

그런데 성인이 되었으면 스스로 야 한다는 생각이 갈등을 일으키게 하는 것 같다.

하고는 싶고 멀어서 엄마 도움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게 습관적인 것 같아 기분이 별로였다.

'멀어서 버스를 오래 타야 하면 일찍 준비해서 나가면 되고, 못 할 것 같으면 안 하면 된다.'라고 말했어야 했다.

못 했에 필기까지는 태워다 주기로 했다. 그러면 10시 출발 전까지 미리 준비하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밤새 못 잤다며 늦게 일어나 준비하느라 차려놓은 아침도 못 먹고 있다.

식탁 위에 며칠 전 뽑아다 놓은 사진을 건네며 잘라달라고 하다. 여기에서 폭발해 버렸다.

엄마가 어디까지 해줘야 하냐며. 미리미리 준비해둬야 하는 거 아니냐며. 너 데려다주고 수영강습 가려면 나도 빠듯한데 뭐라는 거냐며. 아침 루틴 다 어기고 데려다주는 건데 알긴 하는 거냐며, 엄마가 기사냐고..해버렸다.

잠시 침묵의 시간 후 결국 데려다줬고 오는 것은 알아서 오기로 합의를 봤다.

실기 등록 전에 멀어서 못 다닐 것 같으면 등록하지 말라고 미리 얘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운전면허 따는 것까지 픽드롭 못 해준다고.




방법을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아이들을 독립시키는 길은 생각보다 여러 가지가 섞여 혼란스러운 것 같다. 엄마의 삶이 매 순간 어려운 것 같다.     

정신과 의사인 이근후 선생님은 나이가 들어서까지 부모와 자녀가 끈끈하게 얽히는 것은 모두에게 별로 좋지 않다고 말한다.     

나이가 들면 부모는 부모대로, 자식은 자식대로 잘 살아 주는 것이 제일 좋다고 한다.

그러려면 차근차근 서로에게 독립하는 연습을 해야 하는데 독립을 세 단계로 나누어 실행할 것을 권유한다.     

우선 자녀가 사춘기가 되면 30퍼센트가량을 놓아준다.

사춘기는 자녀가 최초로 자기주장을 하는 시기로, 이때 '자기'라는 개념을 온전히 쟁취하지 못하면 두고두고 늦둥이가 된다고 한다.

다행히 둘째가 중2고 사춘기다. 이 아이를 30퍼센트 놓아주는 건  첫째를 키워봤던 경험으로 많이 어렵지 않을 것 같다. 같은 길을 걷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다짐하는 요즘이다.

     

그리고 성인이 되면 또 30퍼센트가량 놓아준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그 과정을 거쳐야

제 삶을 온전히 책임지는 성인으로 거듭난다.

지금 큰아이가 해당되는 나이다. 60퍼센트를 놓아줘야 하는 시기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정을 이루면 30퍼센트를 놓아준다.

이렇게 부모가 자녀를 차근차근 놓아야 자녀가 비로소 홀로 선다고 한다.



    

아이를 독립적으로 키운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 부모님은 굉장히 독립적으로 키우셨음을 인정한다. 대학생이 되는 순간 모든 걸 알아서 결정해야 한다고 가르치셨다. 자녀들이 함께 생활할 집을 마련해 주고 식재료는 늘 보내주셨지만 등록금 외엔 모두 독립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부터는 돈 관리와 배우자 선택까지 모든 걸 믿어주셨다. 우리 5남매가 반듯하게 자랄 수 있었던 근본이긴 하다.

그런데 가끔은 부모님의 그늘이 부럽기도 했다. 나는 첫째인 데다 책임감도 강한 편이라 좀 힘든 부분이 있었다. 특히나 집을 떠나 있었던 고등학생 때는 집에서 학교 다니고 부모가 공부하라고 신경 써주는 친구들이 마냥 부러웠으므로 딸에게 매몰차게 하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아이를 서서히 놓아주는 연습이 필요하다. 살림도, 책임감도 가리켜야 한다. 내가 편한 만큼 상대방이 부모라 할지라도 힘들 수 있다는 것도 알려줘야 한다. 다른 사람들 맘은 그리도 잘 헤아리면서 왜 엄마맘은 못 헤아리는 건지, 아님 알면서도 기대는 건지.

자녀를 잘 독립시키는 것이 부모의 가장 큰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공부가 필요할 것 같다. 서로의 맘에 상처되지 않도록 순리에 맞게 아이와 독립해야 한다. 맘을 단단히 먹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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