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딩 머신

한 편의 시

by 모루

밴딩 머신


김 산



묶는다 두 겹으로


친친 감기는 것은


시트도 박스도 아닌 우리의 몸



공포감이 엄습한 삶의 고뇌도


두 겹으로 밴딩 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더 윤택해질까?



우리는 오늘도 우리를


밴딩 머신에 묶어


노동의 현실에 내팽개친다



불편함은 한 겹으로


피곤함은 세 겹으로 묶는


밴딩기가 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발의 리듬에 맞춰


못 감을 것이 없다는 듯


쉬지 않는 냉혹한 기계는



우리의 자유도 밴딩을 한다


생각의 여유로움도


자연스러운 배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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