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나의 하루는/ 김 산
나의 장엄함은
때때로 소소함 뒤에 숨는다
긴 산맥이
여명 앞에 웅크리며
아침을 맞듯이
당신은 오늘 누구 뒤에서
득을 봤나
김장철 품앗이처럼
언젠가는 갚아야 할 빚을
빛을 맞으며 빚지는 하루
경쾌함 뒤에 우울함이 오고
외로움 뒤에 메마른 겨울이
아득히 깊어지면
숨을 데 없어
기댈 곳 없어
숲 잃은 물까치의 날갯짓처럼
당신과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
배부른 영혼이 너무 무거워
오늘 날 수 없고 내일 쉴 수도 없다
반복되는 일상으로
우리 몸을 칭칭 감아서
번데기로 만들어
누에고치 안에서 동면할 수 있다면
내년 봄에는 나비로 태어날 수 있을까
시시콜콜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