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눈

한 편의 시

by 모루

여름눈


김 산


맑고 깊은 숲의 눈에

여름이 알맞게 농익으면

누에가 알을 스는

시간의 마디가 깊어진다


녹나무에 앉아 내려다보는

까마귀의 눈 닮은

칠흑 같은 어둠이

습습한 삼나무 숲에 덮이면


멀고 가까운 상념들이

산 너머로 휘몰아친 여름눈은

고요와 달빛으로

애욕의 낮 그림자를 지우며


슬픔의 시선들을

아름다운 못과 습지를 잇는

오솔길의 빌레를 어루만지며

생의 노래를 아로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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