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시
여름 고드름
김 산
투명한 차가움 담은
저녁 풍경에
비현실적으로 색이 바래진
노을의 끝에
어린 이파리들의 짙은
내음 퍼진 여름 산에
한낮의 양지 밑
삼나무 그늘 안에
밀려오네
내려오네
투명하고 쓸쓸한 것들이
마음의 냉기가
새벽녘 비탈길 타고 떨어져 굳으면
처마 끝 앙증맞게
빛나는 여름 고드름
먼 기억의 차가움에서
먼 세계의 여행길까지
산마루에 기댄 구름 응달 아래
여름밤이 깊어지면
밀려오네
내려오네
투명하고 쓸쓸한 우리 사랑의
주검 같은 것들이